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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넘어 日 사냥…전자산업 흔드는 中
막대한 자본 앞세워‘GE 가전사업부’사들여…日‘샤프 LCD 사업부’인수땐 한국기업 턱밑 추격


“미국 가전업체 다음에는 일본 전자업체…?”

중국 자본이 전자산업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이 미국을 대표하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부를 사들였다.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 기업들은 첨단기술과 브랜드를 가진 전자업체 인수에 부쩍 열 올리는 모양새다. 최근 주된 먹잇감은 전자왕국 일본을 이끌던 간판기업들. 한국업체에 밀리고 중국에 쫓기면서 가전과 TV 사업을 접는 샤프, 도시바 등이 매물로 꼽힌다. 현금다발을 든 중국이 몰락한 일본 전자업체를 속속 인수한다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산업 구도 전체도 재편된다. 일본 브랜드를 발판으로 삼은 중국기업은 한국업체들에 잠재적인 위협요인이다.


▶日 간판사업 빨아들이는 中=일본 전자업체의 구조조정은 시장 지형을 변화시키는 핵으로 떠올랐다. 중국 자본이 인수ㆍ합병(M&A) 의 큰 손으로 나서면서부터다.

한때 일본의 간판사업이었던 TV가 대표적인 사례. 삼성전자 등 한국업체에 주도권을 내준 일본업체들은 사실상 TV 사업에서 손 떼고 있다. 샤프와 도시바, 파나소닉 등이 철수하는 해외사업장과 브랜드 판권을 사모은 것은 중국자본이다.

회계조작여파로 경영난에 빠진 도시바는 지난해 유럽과 북미 브랜드 사용권을 대만기업 컴팔에 넘겼다. 브라질 내 브랜드 사용권은 중국업체 TCL에 팔았다. 앞서 도시바는 멕시코와 폴란드 TV 공장을 컴팔에 매각한 바 있다. 아시아권 브랜드 사용권은 TCL, 콘카 등 중국업체에 넘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액정표시장치(LCD) TV의 종가인 샤프도 유사하다. 샤프는 지난해 중국 하이센스에 멕시코 TV 공장을 팔았다. 샤프는 이와 함께 TV 브랜드명 아쿠오스 쿼트론도 넘겨줬다. 파나소닉, 파이오니어, JVC 등도 TV 생산 공장을 매각하고 브랜드 사용권을 중국이나 유럽 업체에 양도했다.

중국기업은 일본업체들의 해외사업장과 브랜드를 통해 TV시장에서 눈에 띄게 보폭을 넓혔다. 최근 폐막한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서도 초고화질(UHD) TV와 화질 기술력에서도 한국업체들을 상당히 따라잡은 모습이다. 일본 브랜드를 업고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을 쌓는다면 한국업체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기업들이 매물로 나온 일본업체 사업부를 사모아 기술력을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라면서 “일본 브랜드를 등에 업고 해외시장에서 보폭을 넓히는 만큼 무시할수 없는 상대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일본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매물도 먹나=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 내 중국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샤프와 도시바가 매물로 내놓은 지분을 중국업체들이 가져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채권단 압박에 시달리는 샤프는 부진에 빠진 LCD 사업 부문의 분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샤프는 세계 디스플레이 업체중 유일하게 10세대 LCD 패널 제조 공정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인수대상자로는 대만기업 훙하이 등이 거론된다.

샤프의 LCD 사업부가 중국 자본에 인수된다면 LCD시장은 격변하게 된다. 중국 BOE는 올해 세계 최초로 10.5세대 LCD 패널 공정에 투자한다. 중국업체들이 대형 LCD 부문에서 한국업체의 턱밑까지 쫓아오는 양상이 된다.

반도체사업에서는 도시바가 낸드플래시 공장 지분을 팔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업계는 도시바가 낸드플래시사업을 팔 경우 기존 파트너인 샌디스크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샌디스크는 중국 칭화유니가 지배하는 웨스턴디지털의 손에 넘어간 기업이다. 중국이 삼성전자가 독주하는 낸드플래시산업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반도체 굴기를 외치는 중국업체들이 이들 지분을 인수하면 기술격차를 해소하는 물리적인 시간도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기업이 샤프와 도시바 지분을 인수할 경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업체를 따라잡을수 있는 교두보를 쉽게 마련하게 된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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