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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압구정로데오, 손님없는데 임대료만 高高
㎡당 임대료 전년 3분기비 7100원 ↑
빈가게 속출 업주들 주름살만 깊어
“옛명성 ‘패션 1번지’타이틀 무색”



“손님은 없는데 임대료가 너무 비싸요. 부푼 마음으로 대출을 받아 가게를 열었다가 빚만 늘어 접는 경우도 많습니다.”

압구정로데오거리에서 임대문의가 적힌 빈 점포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손님 발길을 뜸한데 임대료는 야속하게도 계속 오르다. 거리에 남은 업주들의 주름살은 깊어져만 간다.


과거 ‘대한민국 패션 1번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 유동인구가 줄고 임대료가 올라가면서 빈 가게들이 속출하고 있다. 바로 압구정 로데오거리(이하 로데오거리) 얘기다. 지난 11일 찾은 로데오거리에는 빈 점포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위축된 소비심리로 인한 침체는 현재진행형이었다. 패션으로 자생력을 갖춘 점포들은 가로수길 등 다른 지역에 새 둥지를 튼 지 오래다. 화려한 과거는 어제의 일이다. 거리에 남은 업주들은 고(高)임대료ㆍ대출 이자와 하루하루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임차인들은 치솟은 임대료가 침체의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로데오거리에서 2년째 가게를 운영하는 최모(56) 씨는 “손님은 없는데 임대료는 꾸준히 올라 수익을 내기 힘들다”면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려고 해도 이따금 찾는 단골손님들이 아쉬워 머무르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도로변과 골목길에 있는 고급 음식점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비싼 음식값에도 평일부터 주말까지 예약이 꾸준해서다.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곳들은 자기 간판을 내건 소형 점포들이 대다수였다.

로데오거리 골목에서 지난해 작은 주점을 연 박모(46) 씨는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이미 패션과는 거리가 먼 곳”이라며 “주변 직장인이나 동네 주민들이 찾는 먹자골목이 됐다”고 말했다.

야속하게도 임대료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당 월 임대료는 2014년 3분기 4만5800원 선에서 지난해 3분기 5만2900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강남역 일대가 같은 기간 3만4000원에서 3만4600원으로 소폭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오름세다. 임차인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만큼 임대료 부담이 함께 커진 셈이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임대료를 내리면 지가도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소문난 맛집이 아니라면 장사를 하는 많은 업주가 사실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로데오거리 임대료는 업주들 사이에선 미스터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청담동 옆이라는 입지적 특성을 가졌다 하더라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보증금을 제외한 순수 임대료라 하더라도 유동인구가 더 많은 강남역 일대보다 높은 현상은 시장에 다른 힘이 존재한다는 이야기”고 말했다.

실제 강남역 일대와 로데오거리의 유동인구 차이는 크다. 서울역 유동인구 통계자료에 따르면 강남역 일대의 유동인구는 하루 평균 3만7000명에 달하지만,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1만 여명이 채 안 된다. 권 이사는 “강남은 사무실이 많아 주말과 평일과 관계없이 유동인구가 일정하지만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그렇지 못하다”며 “안테나숍 등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적자인 것을 고려하면 실제 로데오거리의 현실은 더 어두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대료는 입지에 따라 천양지차였다. 건물에 가려져 빛이 들어오지 않는 50㎡ 매물이 보증금 1억에 월세 300만원 수준이다, 압구정로데오역 출구에서 가까운 통건물 400㎡ 매물은 보증금 10억에 월세 25000, 권리금은 5억원이었다. 로데오거리 인근 J공인 관계자는 “압구정로데오역 공사를 시작했던 지난 2012년 이후 꾸준히 발길이 줄었다”며 “지하철역과 가까운 대로변 상가엔 권리금이 붙지만 골목 안에 있는 상가들은 보증금만 있는 곳이 많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과거 ‘패션 1번지’ 같은 라는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과거 젊은층의 감성을 끌어모았던 패션 코드가 사라지면서 거리에 활력도 줄었다”며 “확 살지도, 확 죽지도 않은 상권을 살리기 위해선 임대료 재조정과 분명한 개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찬수 기자/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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