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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선아, 너의 첫사랑은 누구니?
[헤럴드 경제] “역대 응답 시리즈 여주(여주인공) 중 가장 소극적인 캐릭터”

최근 한 커뮤니티에서 ‘응답하라 1988(응팔)’에서 혜리가 연기하고 있는 ‘성덕선’에 대해 내린 평가다. 개인적으로 ‘응답’ 시리즈를 모조리 섭렵한 기자가 가장 공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극 중 덕선은 시도때도 없이 우울하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아빠, 나는 꿈이 없어” 어쩌면 10대 소녀의 흔한 고민일 수도 있지만, 덕선의 이런 소극적 인생관은 드라마 흐름을 답답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기도 하다. 그도 그럴것이 ‘응사(응답하라 1994)’ 속 나정은 칠봉이 끊임없이 본인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했지만 자신의 마음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쓰레기’와 잠시 이별했을 때도 아주 잠깐 흔들린 적은 있지만 칠봉에게 마음을 내주지 않았다. 나정-칠봉 커플을 지지하던 시청자들은 애가 탔지만, 나정은 드라마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성장했다. 

‘응칠(응답하라 1997)’의 여주인공 시원은 선배들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다. 고등학생인 시원은 연예인을 좋아하는 방법도, 사랑을 선택하는 방법도 자신이 결정한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내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그에비해 덕선은 ‘예쁜 얼굴’이 최대의 매력이고, 유일한 장점이다. 예쁜 얼굴로 올림픽 ‘피켓걸’도 했지만, 고3이 될때까지 하고 싶은 일조차도 없다. 스튜어디스가 되긴 했지만 어떤 동기로 스튜어디스가됐는지에 대해 드라마는 ‘생략’해 버렸다.

미래 뿐 아니라 여고생의 최대 관심사인 ‘사랑’도 그렇다. 처음 선우가 본인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을 땐 선우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그러다 선우가 언니인 보라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는 화를 내기도 했다. 정환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안 이후엔 ‘개정팔’이라고 놀리던 선머슴같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정환만 보면 연신 우왕좌왕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일주일 결방 후 덕선은 이도저도 얻지 못한 채 소개팅한 남자들과 근근히 ‘썸타는’ 일을 반복한다. 결국 여자친구 있는 남자와 데이트를 하고 약속에 바람맞았지만 이마저도 화내지 않는다. 그냥 머리를 긁적이며 혼자 콘서트장에 가는 기이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결론난다.

어쩌면 작가는 덕선에게 80년대 여성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연애에 있어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여겨졌던 한국 여성의 전형 말이다. 하지만 2016년의 시청자들은 여주 덕선보다 오히려 ‘보라’나 ‘만옥’처럼 자신의 일과 사랑을 개척해나가는 캐릭터에 더욱 매력을 느끼고 있다.

덕선의 남편은 누구일까. 정환은 이 날 덕선에게 ‘비밀스런’ 고백을 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덕선이만은 정환의 마음을 알았다. 정환과 택이 둘 중 한 명은 첫사랑에 ‘굿바이’를 고해야 한다. 이제 덕선의 선택만이 남았다. 덕선의 ‘첫사랑’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덕선의 ‘끝사랑’을 알 수 있는 응팔의 다음 주를 기대해본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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