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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매시장 과열?…작년 물건수‘역대최저’
작년 경매 진행물건 20만건 밑돌아
낙찰가율은 90%로 높은 수준
주택시장 호조·저금리 기조 영향
물건부족 현상 상반기까지 이어질듯


지난해 경매시장은 후끈했다. 경매 법정마다 사람들이 몰리며 괜찮은 물건을 두고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졌다. 특히 아파트만 놓고 보면, 감정가의 90% 수준은 기본이고 그 이상의 가격에도 낙찰되며 “경매시장이 되살아난다”는 구호를 넘어 “과열됐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작년 법원 경매에 새로 등장한 ‘신건’과 낙찰된 물건까지 포함된 ‘진행물건’의 숫자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걸로 파악된다. 

지난해 전국의 각 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된 부동산 물건이 20만건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경매진행건수가 20만 아래로 내려간 건 처음이다. 일반 주택시장이 호조세를 보이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새 주인을 찾지 못해 경매시장까지 넘어오는 부동산 매물이 줄어
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진은 서울 강북의 한 주택가. [헤럴드경제DB]


7일 부동산태인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주택ㆍ상가ㆍ공장ㆍ토지 등) ‘경매진행건수’는 18만2158건으로 기록됐다. 연간 경매진행 건수가 20만건을 밑돈 건 처음이다. 2005년(46만6088건)에 비해 40% 가까이 줄어들었고, 물건이 가물었다는 평가가 나왔던 2014년(22만7992건) 보다도 20.1%나 감소했다.

특히 주거용 부동산 경매물건이 급감했다. 아파트가 전년 4만4818건에서 3만591건으로 31.7% 줄어든 것을 비롯해 연립ㆍ다세대는 25.1% 감소(3만2459건→2만4318건)했고 단독주택은 26.4% 감소(1만6524건→1만2159건)하는 등 주거용 부동산 공히 평균 이상의 감소율을 보였다.



이처럼 주택의 경매진행건수가 쪼그라든 건 지난해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던 부동산시장 때문이다. 일반 주택시장의 거래 상황이 좋은 덕에 채권자(은행 등)들은 주택을 경매에 부치지 않고 매각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저금리 기조도 영향을 줬다. 빚을 지고 있는 채무자들이 집을 경매에 넘기지 않고 버틸 여력이 생긴 것이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일반 매매시장에서 매물을 소화하려는 심리가 커지면서 경매시장에 등장했던 물건의 기일이 변경되거나 취하되는 사례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주택 못지않게 각광받은 ‘수익형 부동산’ 물건들도 경매시장에서 숫자가 급감했다. 오피스텔과 토지의 경매진행물건은 각각 21.2%, 21.6%씩 큰 폭으로 감소했고 근린상가는 28.2% 줄었다.

대법원이 제공하는 경매정보에 따르면 새로 접수되는 경매 물건(신건)도 지난해 급감했다. 11월까지 누적된 신건 수는 8만8754건으로, 매달 8000여건씩 신청된 꼴이다. 예년에는 월 평균 1만건씩 신건이 접수된 것과 비교하면 20% 가량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12월치까지 반영한 신건 수도 10만건에 못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물건은 줄지만, 저렴하게 매물을 낚아채려는 수요자은 몰리면서 낙찰가율은 치솟았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3~11월 사이 내내 90%를 웃돌았다. 감정가보다 수천만원씩 비싸게 낙찰되는 경우도 속출했다. 관심사는 올해의 전망이다. 물건 부족 현상은 적어도 상반기까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수요자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를 수 있는 의견이 나온다. 이미 주택시장 호조세는 지난 연말부터 흔들리기 시작했고 대출 심사 강화, 미국에서 날아든 금리 인상 소식 등이 엮이면서 경매 참가자들이 보수적인 자세를 보일 수도 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2월 수도권에서부터 가계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 그간 소위 ‘빚으로 연명하던’ 주택들이 경매시장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건이 총 10만건을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수요자들의 심리적 위축으로 낙찰가율 같은 지표는 지난해와 정반대를 가리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준규 기자/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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