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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실서 옷벗기기, 화장실 훔쳐보기…교내 성폭력 도넘었다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예지(18) 양은 한때 학교에서 쉬는시간마다 교복 옷깃을 부여잡고 다녔다. 당시 유행하던 교복벗기기 놀이 때문이었다. 성인 동영상에서 본 ‘옷 벗기는’ 장면을 따라하면서 생긴 장난이다. 짓궂은 친구들은 교실이나 복도에서 쉴새없이 다른 친구들의 옷을 벗기겠다고 달려들었고, 몇몇은 속옷 상의 끈이 풀리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지양은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 예지양은 “당하고 나면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다들 장난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선생님께 말하기 애매했다”고 말했다. 
[그래픽 제공]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청소년들의 학교 안 성폭력이 도를 넘고 있다. 명백한 범죄지만 또래 간 장난으로 여겨져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청소년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가 지난 24일 서울 당산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한 ‘또래 간 성폭력 문화개선을 위한 청소년 100인 원탁토론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은 ‘옷벗기기’ ‘성행위 묘사’ ‘몸 만지기’ 등의 성폭력이 거의 매일 일상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초등학교 5,6학년~고등학교 3학년까지 청소년 100명이 모인 이날 행사에서 청소년들은 각자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성폭력의 사례를 말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고충을 털어놨다.

학생들이 주로 말한 ‘장난처럼 일어나는 성폭력’은 몸을 만지거나 신체에 대한 성적 묘사 등이었다.

한 남학생은 “남학생들은 화장실 칸 위로 올라가 화장실을 훔쳐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성기를 묘사하며 놀리는 일이 많다”며 “화를 내면 화를 내는 게 오히려 더 놀림거리가 될 정도로 이런 장난이 만연해 있어 수치심을 느껴도 의사표현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이버 성폭력도 심각했다. SNS나 단체채팅방에 성인 동영상이나 사진 등을 주고받고 같은 반 여학생에 대한 성적인 농담을 주고받는 경우도 많았다. 참가한 한 여학생은 “그런 대화를 나눌 때 불쾌하지만 모두들 재밌다고 웃고 즐기기 때문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가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될 수 있어서 그냥 참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단체채팅방에서 나가거나 하는 건 같이 놀지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에 주고받는 영상이나 사진을 억지로 볼 수밖에 없어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센터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564명 중 31.9%가 ‘장난처럼 이뤄지는 또래 간 성폭력이 있다’고 답변했다.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하지만 조사에 응한 청소년 중 40% 가량은 성폭력을 당하거나 목격했을 때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이유로는 72.2%가 ‘장난처럼 가벼운 사건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응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답한 사람도 28.6%였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성폭력을 당하거나 겪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제대로 된 상담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친구들끼리 일어난 일인데 경찰이나 117에 신고해서 문제를 크게 만들 수는 없지 않느냐”며 “성폭력 예방 동아리를 만들어달라” “사건 후 처벌보다는 캠페인 등을 통한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아하센터 관계자는 “이처럼 성폭력이 장난으로 여겨질 경우 피해학생이 자신의 피해를 제대로 말하기 어렵고 가해 학생에게는 반성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 성폭력 예방교육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gyelove@heraldcorp.com

<또래간 성폭력 경험 유형>

유형 빈도 비중

외모놀리기나 성적인 농담 성적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이야기 등 134 23.80%

내 앞에서 성적 행위를 묘사하거나 야동을 보여주는 것 45 8%

속옷 잡아당기기나 옷 벗기기 64 11.30%

화장실이나 교실 등에서 나의 몸을 훔쳐보는 것 14 2.50%

일부러 나의 성기나 가슴, 엉덩이 등 신체부위를 만지는 것 64 11.30%

치마 속이나 나의 몸을 찍거나 사진을 돌려보는 것 3 0.50%

SNS,문자, 카톡등을 통해 성적인 농담이나 적나라한 성적행위를 묘사한 이야기 및 몸이나 성기사진, 야동 등을 요구하거나 게시 51 9%

게임의 벌칙으로 성적인 접촉을 강요하는 것 5 0.90%

데이트하는 사이에서 동의없이 일어나는 스킨십 4 0.70%

강제적인 성관계 2 0.40%

모두없음 384 68.10%

주) 복수응답, 제시된 비율은 응답 수 기준임

출처: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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