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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념보단 나의 삶에 더 집중”…서울대 첫 성소수자 총학생회장 김보미씨 인터뷰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내가 필요한 것을 요구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권리 아닌가요?”

단 한 명의 외침이 사회를 조금씩 바꾸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된 김보미(23) 씨 덕분이다.

이번 58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 선거운동본부 ‘디테일’ 정후보로 출마한 김씨는 선거운동기간 중 자신이 성적소수자임을 밝혔고, 이 학교에서 18년 만에 처음으로 연장투표 없이 50%가 넘는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지난 2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학생회관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김보미 씨는 “이념에 의한 대결보다는 학생들이‘학생회비가 어디에 쓰이고 있나’처럼 나의 삶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총학생회를 만들고 싶다”며 당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임기 내에 교육, 연구 분 아니라 출산, 질병 등 학생들이 각 영역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학칙처럼 법제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달 5일 김씨는 선거운동본부 공동정책간담회에서 “사람들이 가진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긍정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며 레즈비언임을 선언하며 화제가 됐다. 커밍아웃은 ‘다양성이 존중받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였다. 김씨는 “학생들이 다문화,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른 구성원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커밍아웃의 이유를 말했다.

일부 학생들이 1인시위 등을 하면서 김씨의 행동을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내 분위기는 대체로 긍정적이었고, 김씨는 투표인원 8837명(전체 학생의 53.4%) 중 7674명(86.8%)의 찬성을 얻어 ‘국내 최초 성소수자 총학생회장’이 됐다.

더욱 놀라운 건 당선 이후다. 종교 동아리에서도 “대화를 통해 공약을 조율해나가자”며 성소수자의 당선에 ‘환영한다’는 뜻을 밝힌 것. 이 학교 중앙기독동아리 한기연은 대자보를 통해 “이번 총학이 기독인들의 노방전도를 금지하는 등의 공약을 내세운 것은 총학생회의 정체성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한다”면서도 “동성애자의 존재적 아픔을 아는 사람이 당선되었으니 올 한 해 내내 적극적으로 학내 동성애자 인권운동, 소수자 운동, 사회적 약자 운동에 힘을 쓸 것이라 믿는다”며 환영의 목소리를 보냈다.

다른 대학교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제33대 동아리연합회 선거를 진행 중인 고려대학교 동아리연합회 선거운동본부 ‘모람:모인사람’ 역시 ‘성소수자차별철폐대책위원회를 포함한 학생소수자 인권연합체 구성’을 중심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이 학교의 중앙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 사람’ 회원이기도 한 부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학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만연하고,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많은지 느끼고 있으며, 동아리연합회는 이런 문제를 고쳐나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주었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변화의 시발점을 만든만큼 눈 앞에 놓인 과제도 많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면담을 통해 종교관련 공약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또 올해 유난히 서울대에서 명성에 걸맞지 않게 성추문 등 불미스런 사건이 많았던만큼 다시 학생들의 신뢰도 재구축하는 일도중요하다.

김씨는 “임기 중 인권가이드라인 등 다양성에 관한 학칙을 만들고 주기적으로 간담회를 열어 학생자치 제도화하는 게 목표”라며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동성애 등 소수자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 한국사회의 변화도 좀 더 빨라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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