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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툰, 드라마와 영화로 각색시 유의할 점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기자]웹툰은 드라마나 영화의 만능 해결사가 아니다. 만화같은 설정이 드라마와 안어울릴 때도 많다. 만화의 병렬식 구조가 극적 구성을 필요로 하는 드라마와 안맞을 수도 있다. 드라마나 영화로 각색할 때에는 중심이 되는 인물, 주연급의 메인 스토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드라마 ‘미생’은 주인공뿐 아니라 주변 사람 에피소드도 잘 만들어져 전체 캐릭터에 팬덤이 생기는 흔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도 새로운 인물 추가로 시청자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드라마는 3년 전 바코드 살인사건으로 여동생을 잃고 감각을 잃은 한 남자(박유천)와 같은 사고를 당하고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잃은 초감각 소유자인 한 여자(신세경)의 이야기다. 여기서 스타쉐프이자 바코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드라마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권재희(남궁민)라는 캐릭터는 극성을 강화하기 위해 웹툰에는 없지만 새로 만들어냈다. 만약 권재희가 없었다면 심심한 드라마가 되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만화를 통해 알고 있는 걸 드라마로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리메이크는 드라마의 성패를 가를 정도로 어려운 숙제다. 웹툰의 각색은 드라마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소설을 드라마나 영화, 연극, 뮤지컬로 만드는 경우는 오히려 나은 면이 있다. 소설은 20부작 내외의 미니시리즈로 담기에는 이야기가 긴 경우가 많지만, 베스트셀러가 되어도 사람들은 제목은 알아도 내용은 잘 모를 때가 많다.

하지만 성공한 웹툰은 웬만하면 다 본다. 그래서 웹툰의 열혈 팬들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원작을 잘못 표현했다며 항의를 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웹툰에서는 ‘아군‘이,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적군’이 되는 경우다. 2010년 순끼 작가가 그린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에서 여주인공 홍설의 드라마 캐스팅 사실이 발표되자, 원작 캐릭터와 배우와의 ‘싱크로율’이 떨어진다며 항의하는 만화팬들이 있었다. 사실 이들은 ‘적군‘이 아니다. ‘치즈 인 더 트랩’을 너무 사랑하는 팬이다. 그래서 각색된 줄거리나 드라마 캐스팅에까지 일일히 의견을 제시하는 ‘치어머니’들이다.

‘내일도 칸타빌레’ ‘하이드 지킬, 나’ ‘구 여친 클럽‘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탄탄한 원작이 큰 인기를 누렸지만 드라마로 만들어 저조한 성적을 얻는 데 그쳤다. 특히 ‘내일도 칸타빌레’는 원작을 훼손하지 말아달라는 일본 원작자의 부탁에 의해, 별 각색 없이 원작을 그대로 가져오는 바람에 음대생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모습이 요즘 한국 시청자에게 낯설게 인식됐다. 그들의 고민이 시청자의 고민과 동일시되지 못했다. ‘내일도 칸타빌레’는 외국 만화를 가져올 때는 한국인의 문화와 현실에 어울리는 각색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웹툰의 서사와 드라마, 영화의 서사는 다른 부분이 있다. 웹툰은 보통 1년에서 그 이상의 기간동안 주간 단위로 잘라서 연재하므로 잛게도 재미있어야 하고, 길게도 재미있어야 한다. 영화는 2시간짜리여서 처음에는 조금 잔잔하게 가다가 점점 클라이맥스로 가는 경우가 많아 매체에 맞는 극적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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