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수묵, 힐링의 시간을 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10월, 미술계가 유난히 시끄러웠다.

먼저 화단 거목들의 수난사가 이어졌다. 이우환 화백의 위작 문제로 경찰이 나섰고, 천경자 화백의 뒤늦은 별세소식에 이어 자녀들 간 진실공방이 수일째 포털 뉴스를 장식했다. 국립현대미술관장 유력 후보로 거론된 바르토메우 마리 전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장의 사임 전적 논란도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좋은 뉴스 좀 나왔으면 좋겠다”는 미술계 인사들의 푸념이 이어졌다.

이러한 가운데 미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선사하는 전시들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묵향 풍기는 수묵화전이다. 삼청동 길 걷다 문득 생각날 때 찾아보자. 알록달록 단풍보다 화려한 수묵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두사람, 닥종이에 수묵, 39.8x45㎝ 2004 ⓒ서세옥 Suh Se Ok
김호득, 겹-사이(Layered Space-Between), 광목에 먹, 120x180㎝, 2013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조환, 무제(Untitled), 철, 폴리우레탄 등, 375x732x353㎝, 2015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수묵추상의 거장 ‘서세옥’전=국립현대미술관(관장 직무대리 김정배ㆍ이하 국현) 서울관에서는 ‘서세옥’전을 10월 27일부터 2016년 3월 6일까지 연다.

산정 서세옥(山丁 徐世玉ㆍ1929~)은 한국을 대표하는 수묵추상 분야의 거장이다. 1949년 제 1회 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고, 이후 반세기 이상 현대 한국화를 이끌어왔다. 미술계에서는 전통 화단에서 왜색을 청산하고 문인화의 수묵사상을 바탕으로 독자적 현대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14년 국현에 기증한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시기별 대표작 100점을 소개하는 기증 작품 특별전이다. 국현은 현재 911점의 한국화를 소장하고 있는데, 그 중 350점이 기증 작품이고 이 중에서도 30%에 해당하는 100점이 서 화백이 기증한 작품이다.

전시는 1990년대를 전후로 1부와 2부로 나눴다. 1부 전시는 1960년대 묵림회를 통해 추구했던 수묵추상 작품들과 1970년대 이후부터 1990년대까지의 묵선과 여백의 공명만으로 인간형상을 그려낸 ‘사람들’ 시리즈 약 50점이 전시됐다.

2부 전시는 1990년대부터 최근 작품으로 구성됐다. 전시와 아울러 상영되는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 작가가 찾고자 했던 우리 정체성의 단면을 이해하는 시간도 가져볼 수 있다.

수묵 현대화를 꾀하다…‘당대수묵’전=학고재갤러리에서는 수묵의 현대화를 꾀한 한국과 중국 작가 5인의 작품을 선보인다. ‘당대 수묵(Contemporary ink painting)’ 이라는 타이틀로 10월 29일부터 11월 29일까지 여는 그룹전이다. 한국 작가 김선두, 김호득, 조환과 중국 작가 웨이칭지(Wei Qingji), 장위(Zhang Yu)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 수묵화의 다양성을 모색한다. 전통 수묵에서 출발했지만, 전통적 재료와 방법에서 벗어나 독창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이미지로 수묵의 영역을 확장하는 작가들이다.

김호득 화백은 전통 한지 뿐만 아니라 광목천, 캔버스천 등 다양한 화면에 먹의 자취를 힘차게 올려 놓으며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넘나든다. 김선두 작가(중앙대학교 한국화과 교수)는 장지에 바탕을 둔 전통회화 기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역원근법’, ‘콜라주’ 등 실험적인 방식을 접목한 수묵채색을 도입했다. 철판산수화가로 불리는 조환 작가 역시 서예에 기반을 뒀지만 전통 한지에 머무르지 않고 재료를 확장했다. 철판 위에 글씨를 새기고 파내 서예를 현대적으로 변용하고, 평면이 아닌 입체로 산수화의 영역을 넓혔다.

중국 작가 장위는 손가락에 물을 묻혀 한지에 찍어 누르는 행위를 반복하는 퍼포먼스형 동양화를, 웨이칭지는 오성홍기의 별과 같은 전통적인 도상과 기호를 현대적인 맥락에 던져 놓았다.

학고재갤러리 측은 전통으로부터 새로운 미학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으로 당대수묵전을 정기적인 전시로 장기간 꾸려갈 예정이다.

ami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