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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박응구] ‘승강기 설치인력 문제’, 정부·업계 중지모을때
전문 인력 고령화와 업종 기피현상이 겹치면서 승강기 설치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인력난은 비단 승강기 설치산업에 국한된 일은 아니지만 이 분야는 공공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라서 협회에서 기술위원장을 맡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선 그냥 넘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승강기는 자동차나 TV, 에어컨처럼 완제품으로 출고되는 것이 아니라 부품형태로 만들어져 현장에서 조립된다. 많게는 수천 개의 부품들이 하나의 장치로 만들어져 현장에서 조립된 후 건물이나 아파트 내부에 레고(조립식 완구)처럼 설치된다. 일반적으로 승강기 탑승 장치가 상하로 움직일 수 있도록 레일도 깔아야 하고, 로프나 권상기, 승강장, 제어반 등 각각의 부품을 정밀하게 설치해야 비로소 완성체로서 정상작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승강기는 현장에서 조립하는 특수성 때문에 제조만큼이나 설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만일 설치에 빈틈이 생기면 공사가 끝난 후에도 잦는 고장으로 큰 낭패를 볼 수 있으므로 설치만큼은 일정부분 전문성과 현장경험을 두루 갖춘 기술자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그렇다면 부실하게 설치된 승강기는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가장 흔하게 소음과 진동이 생성된다. 더 심하면 승강장 문이 열린 상태에서 움직이는 개문출발이나 솟구침, 순간 미끄럼 등의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취약계층인 어린이와 임산부, 고령자, 정신장애 등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이같은 증상이 계속될 경우 심한 스트레스로 불면증이나 우울증을 동반할 수도 있다.

최근 3년간(2012~2014년) 승강기 고장으로 119구조대가 출동한 횟수는 무려 4만 건이 넘는다. 하루 평균 약 40건에 이른다. 이런 현상들은 수요와 공급구조가 급격히 허물어진 승강기 설치인력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고령으로 현직에서 물러난 숙련공들이 많은데다 일하겠다는 젊은 사람들을 찾지 못해 후임 기술자 양성도 힘든 상황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산하의 승강기설치공사업협의회는 승강기 신규설치로 매년 2만대 가량이 증가할 때 설치인력은 3500명이 넘었던 반면 지금은 매년 3만대 이상이 증가할 정도로 승강기 신규물량이 늘었는데도 설치인력은 2000명 수준에 그친다. 어림잡아도 지금 늘어난 승강기 설치물량을 감안하면 4000명 정도는 있어야 원활한 승강기 설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절반이나 부족한 상태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승강기 제조사다. 매년 승강기 신규설치는 늘어나는 추세인데 설치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수주도 가려야 할 판이다. 업계의 한 임원은 “설치인력이 부족해 계약한 공사기간을 넘기기 일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기간 연장에 대한 지체보상금을 내야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하소연했다.

업체 간 ‘기술자 빼가기 경쟁’도 문제로 지적된다. 승강기 설치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경쟁사들 간 설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그래서 급한대로 외국인 근로자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에 외국인 근로자를 신고하는 절차도 까다롭고 제조분야처럼 꾸준하게 인건비를 들여가며 외국인을 쓸 수 있는 여건도 못된다. 게다가 승강기 분야의 기술을 가진 인력 수급에도 한계가 있다고 한다. 이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컨설팅이나 감리 의무화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제도화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예상된다.

한편 희소식도 있다. 국내업계 대표주자인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와 오티스가 거창 승강기대학교와 손잡고 설치인력 양성과 채용을 위해 협약을 맺는 등 발벗고 나선 일이 그것이다.

하지만 업체 한 두개가 나서는 게 완전한 해법은 아니다. 정부와 협ㆍ단체, 산학이 함께 참여해 설치인력을 늘리는 방향으로 단단한 얼개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느슨하게 생각해서 혼쭐이 났던 일을 여러 번 지켜봤다. 세월호 사태가 그러했고, 메르스 위기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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