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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캣맘, 맘충…“싫어요” 들끓는 ‘혐오 대한민국’

  • 기사입력 2015-10-1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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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맘충(아이를 버릇없이 키우는 엄마들을 비하하는 용어)이 대체 무슨 뜻인가요... 아이 키우기도 힘든데 벌레라니 속상하네요”(A 육아 커뮤니티)

“Ⅹ치남(여성을 성적대상으로만 생각하는 남성들을 비하하는 용어) 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가요...이런 말 쓰는 여자들이 있나요, 기분이 나쁘네요”(B 자동차 커뮤니티)

“고양이에게 사료주면 손목 잘라버린다” 최근 SNS를 통해 퍼지고 있는 한 사진에 적혀있는 문구다. 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에 대한 짧지만, 섬뜩한 경고다. 
사진=게티이미지

대한민국 전역에 ‘싫어요’가 들끓고 있다.

어떤 대상에 대해 단지 ‘싫어요’가 아니라 ‘너무 싫으니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달라’는 식의 극단적인 혐오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다.

이들은 자신에게 특별한 피해를 입힌 게 아니더라도 단지 싫다는 이유로 온라인을 통해 혐오감을 확산하고, 폭력이나 협박, 심지어는 살인 등으로 혐오감을 표출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는 ‘캣맘(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에 대한 공격은 극단적으로 혐오감을 표출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캣맘을 혐오하는 사람들은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거나 집을 지어주는 캣맘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지난 2012년에는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던 한 50대 여성을 이웃주민이 폭행하고 음식물 쓰레기통에 꽂아넣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가해자는 이 여성을 쓰레기통에 넣은 후 문을 닫으려 했고, 이 과정에서 머리가 찢어지고 갈비뼈에 금이 가는 등 부상을 입었다.

가해자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죽여버리겠다”며 두세 달 전부터 으름장을 놓던 이웃주민이어서 충격을 더했다.

실제로 최근 5년 사이 길고양이가 늘어나면서 단지 캣맘들이 ‘고양이를 보살핀다’는 이유로, 캣맘을 폭행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혐오감을 드러내는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혐오감을 표출하는 문화는 과거 ‘일베’에서 주로 나타났다.

초기 일베 회원들은 좌파 성향을 갖는 대상을 혐오해 조롱의 대상으로 삼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이나 세월호 유가족 등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특정 대상을 무차별적으로 조롱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성폭력적 묘사가 당연시되거나, ‘홍어(전라도 지역 출신을 비하하는 용어)’와 같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단어를 만들어내 혐오의 대상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했다.

최근 이런 혐오문화는 일베 뿐 아니라 각종 온라인 사이트나 SNS를 중심으로 일상화하고 있다. 
SNS캡쳐

‘맘충(아이 엄마를 비하하는 용어)’ ‘애비충(아이 아빠를 비하하는 용어로, 맘충에 대응해 등장)’과 같이 특정 집단을 벌레에 비유하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거나, ‘김치녀’ ‘된장녀’ 처럼 특정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지칭하던 용어가 해당 집단 전체를 표현하는 용어로 재생산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설명충(모든 일을 설명하려드는 사람, 잘난척하는 사람)’ ‘진지충(매사에 진지한 사람)’처럼 혐오의 대상이 아닐 때도 일반적으로 특정 성향의 사람을 지칭하는 접미어로도 사용되고 있다.

‘노인충’ ‘급식충’처럼 대개 사회 약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용어가 많은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혐오문화의 확산에 대해 “기존의 한국 특유의 편가르기식 문화가 일상으로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직장이나 가정 등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표출하는 방식의 하나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나와 다른 편을 구분짓는 건 인간의 기본습성이지만 최근 그런 속성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며 “일상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 대해 극단적인 혐오 감정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게 갈수록 당연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혐오감이 풀리지 않을 경우 점차 폭력적인 모습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 캣맘에 대한 폭행사건처럼 단지 싫어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때리고 위협하거나, 최근 많이 발생하는 ‘층간소음’처럼 분노가 쌓여 살인에 이르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외국인혐오나 동성애폭력 등과 같은 깊이있는 이슈가 아니라 단순히 ‘나의 일상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학대와 폭력, 살인이 난무하는 것이다.

이병훈 교수는 “일상의 작은 사건이 폭력이나 살인까지 가는 건 공동체 자체가 해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경쟁사회에서 관용이 부족해지면서 조금만 자신을 거스르면 상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만큼 사회적인 각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갖과 있다고 해서 폭력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엄연히 범죄의 일부”라며 “상대를 비하해 모욕을 주는 경우에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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