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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조동석] 폴크스바겐의 환경 불감증
환경위기시계라는 게 있다. 0~3시 불안하지 않음, 6시까지 조금 불안함, 9시까지 꽤 불안함, 이후 12시까지 매우 불안함으로 구분된다. 이 시계는 지금 9시를 넘긴 시각을 가리키고 있다. 인류 생존이 불가능한 12시, 즉 ‘인류의 멸망시각’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이다.

환경 파괴의 대표적 현상은 지구 온난화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여름은 예전과 다르다. 30도를 웃도는 날씨는 예사다. 겨울은 또 어떤가. 북극의 차가운 공기를 막아주는, ‘폴라캡(Polar Cap)’이라고 불리는 제트 기류는 온난화로 기세가 약해졌다. 그 결과 북극에 머물러야 할 차가운 공기가 내려와 북반구 도시를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온난화는 북극곰들에게 해빙(海氷)을 찾아 헤매게 하는가 하면, 거대한 얼음덩어리인 남극대륙도 녹아내리게 하고 있다.

이런 파괴를 막기 위해,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대지를 물려주기 위해 지구촌에선 환경보전 운동이 활발하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대표적이다. 여기에선 세계 각국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특히 산업화를 이룩해야 할 개발도상국은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UNFCCC가 못마땅하다. 선진국은 그동안 온실가스를 아무런 제약없이 배출해놓고, 이제와서 온실가스 규제를 가한다니 개도국의 심정을 이해못할 법도 없다. 그래도 환경보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탄소배출권 거래소가 개장되는가 하면 최초의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을 인천 송도에 유치하면서 청정 지구를 향한 발걸음에 동참하고 있다. 산업계도 청정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터진 독일 폴크스바겐의 디젤엔진 배출가스 조작은 우리의 환경위기시각을 앞당겨 버렸다. 우리는 독일을 청정 국가로 기억하고 있다. 독일이 개발한 ‘클린 디젤’이었기에, 전세계인은 이를 믿고 차를 샀다. 그러나 독일의 조작으로 판명나자 당혹과 상실은 배가됐다. 폴크스바겐은 조작을 통해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자동차 왕국’을 꿈꿨을지 모른다. 그러면서 엄청난 부(富)를 축적했을게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회사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졌다. 조작으로 인해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폴크스바겐의 환경 불감증은 이 회사 차량 소비자들에게 이어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리콜’에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콜이 결정나더라도 연비 저하를 우려한 차량 소유자가 거부할 경우 리콜은 어려워진다. 강제할 수 있는 법은 없다고 한다. 결국 배출가스 조작 차량이 거리를 활보하며 온실가스를 내뿜어대는 형국이 돼 버린다.

6t 이하 승용차와 승합차의 연간 판매량은 1억대에 가깝다. 온실가스는 디젤 외 가솔린이나 LPG 차량에서도 배출된다. 전기차도 자유로울 수 없다. 화석연료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연구마다 차이는 있으나, 현 추세대로 지구 온도가 올라간다면 2050년에는 지금보다 3도 이상 상승해 동식물의 30%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환경운동가들은 경고한다. 이제 지구의 자정능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인간만이 할 수 있다. 폴크스바겐 사태가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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