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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푸드] “조상님, 차례상에 피자를 올려도 되겠나이까?”
“전통에 맞게 격식지켜야” 목소리 속
“시대변화 맞춰 알맞게 변용” 의견도


아무리 집마다 제사를 지내는 절차와 예법이 다르다 하여 가가례(家家禮)라 했다지만, 요즘에 들어서는 유교 사상이 사회를 지배하는 힘이 약해지면서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선친께서 피자나 케이크를 좋아해 이를 제사상에 올렸다는 말이 우스개처럼 번진지도 오래, 이제는 제사 음식을 집에서 직접 하는 대신 밖에서 사와서 상을 차리는 집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아예 다 차려진 차례상을 패키지로 끼워 넣은 리조트 상품도 있을 정도다.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올해는 명절 좀 간소하고 간편하게 보내볼까 하다가도, 괜히 조상께 불효라도 저지르는 것 아닌가 싶어 마음 한켠이 불편해지는 것도 사실. 아무리 세상이 바뀐다지만 격식이라는 게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아직 힘이 세다.

실제 우리 전통에는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까지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 조율이시(棗栗梨), 홍동백서(紅東白西), 좌포우혜(左脯右醯) 등의 법칙도 법칙이거니와, 올리지 말아야 할 음식도 정해져 있다. 제사에는 가장 귀하고 깨끗한 것을 쓰기 때문에 정결하지 못한 것은 쓰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런 법칙이 옛적 양반 가문에서도 그다지 잘 지켜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가령 구한말 우리나라의 유명한 한학자 위당 정인보 선생 집안에서는 제사에 어(魚)ㆍ육(肉)을 쓰지 않고 축문도 읽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은 그의 조상인 정태화 영의정이 유언을 하여 “내 후손에 무식하고 가난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 미리 물고기와 육미는 제사에 쓰지 말고, 축문도 읽지 말아라”라고 한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전통을 알맞게 변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학을 연구하고 있는 이병혁 교수는 ‘한국의 전통 제사 의식’이라는 그의 책에서 “우리의 옛날 제사음식도 그 당시는 생활음식이었다. 지금의 제사음식도 현재의 생활음식과 가까워져야 한다”며 “시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전통만 강조하다가는 현실생활과 동떨어져 전통은 오히려 단절되고 말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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