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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람] ‘래코드’ 총괄…코오롱인더스트리FnC 한경애 상무
“재고의류 리디자인으로 명품 변신”

버려지는 옷 대상 업사이클링 사업
환경보존·소외층 일자리 창출 기여
제품가격 비싸지만 판매수익 기부로


“예전에는 언니가 입던 옷 내가 입는 게 자연스러웠어요. 그런데 지금은 한번 입고 버려지는 옷들이 너무 많아요. 재고로 인한 환경문제 이젠 심각하게 생각해야 해요.”

분명 돈 안되는 일이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소각장으로 갈 3년차 재고 의류들을 모아 리디자인하고, 봉제장인들을 아뜰리에로 데려다 일일이 손바느질로 새 옷을 만드는 일. 옷 뿐만이 아니다. 운동화 끈을 모아서는 팔찌를 만들고, 버려지는 군복, 군용텐트, 낙하산을 가져다가 블루종, 앞치마 등을 만들어 파는 일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대비 남는 것이 없는 장사다. 특히나 이윤의 극대화가 최우선 가치인 대기업에서라면 ‘헛짓’으로도 보일 수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래코드(RE;CODE)’가 그렇다. 

한경애 상무가 명동성당에 위치한 ‘래코드 나눔의 공간’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 곳에서는 주말마다 나눔클래스가 열린다. 공방 참가비 1만원을 내면 전문가와 함께 다양한 업사이클링 소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참가비는 모두 미혼모 단체에 후원된다.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한경애(53) 코오롱인더스트리FnC 상무는 래코드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래코드를 포함, 시리즈, 헨리코튼 등의 브랜드를 총괄하고 있다. 한 상무는 이 헛짓에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 막대한 산업 폐기물 문제가 “미래 후손들의 문제가 아닌 오늘 당면한 나의 문제”라는 인식으로, 이에 대한 해답을 새 비즈니스 모델로 풀어가는 중이다.

“2~3년차 재고 쯤 됐을 때 판매가의 5%까지 떨어뜨려도 안 팔리는 옷들이 있어요. 소각장으로 가는 거죠. 포장지도 안 풀고 버려지는 옷들이 참 불쌍했어요. 결혼도 못 해보고, 주인도 못 만나보고 버려지는 거잖아요.”

코오롱에서 1년에 소각되는 옷들만 연간 40억원(소비자가격 기준) 정도. 환경오염으로 인한 손실은 돈으로 환산하기도 어렵다. 한 상무는 이러한 옷들을 리디자인(Redesign) 해 새 생명을 불어 넣었다.

박선주, 서병문, 김무겸 등 유명 디자이너들은 물론, 역량있는 신진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하는가 하면, 순수미술 아티스트들과 협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올해 F/W와 내년 S/S 컬렉션은 덴마크 디자이너 헨리 빕스코프와 손 잡았다. 지난 2013년에는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런던 프리즈에 진출하는 등 업사이클링 패션을 단순한 상품이 아닌 문화예술 코드로 풀어가고 있다.

또 래코드는 새터민, 독거노인, 장애우 등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미혼모를 돕는 데 판매 수익을 기부하고 있다. 이러한 윤리적 패션 실천에 해외 시장이 먼저 화답했다. 주요 편집숍에서 바잉이 이어졌다.

과제는 가격 부분이다. 재고 해체부터 바느질까지 모두 사람 손으로 하다보니 판매가가 비싼 편이다.

“명품 브랜드 자켓 하나는 100만원 넘게 주고 사면서 래코드의 가치있는 자켓이 60만원 정도 하는 걸 비싸다고 할 수 있나요. 5년쯤 지나면 달라질 거예요. 윤리적인 패션의 가치에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 많아지겠죠. 힙(Hip)한 사람이라면 래코드 하나쯤은 갖고 있게 될 거예요.”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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