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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자와 손숙의 만남…연극 ‘키 큰 세여자’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한국의 대표적 연극배우 박정자와 손숙이 7년 만에 한무대에서 만난다. 두 여배우가 출연하는 연극 ‘키 큰 세여자’는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한 노인을 통해 죽음,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박정자와 손숙은 지난 2008년 연극 ‘침향’ 이후 오랜만에 호흡을 맞춘다. ‘침향’ 전에도 두 배우는 ‘신의 아그네스’, ‘세자매’ 등에 함께 출연한 바 있다. 박정자는 오십년 넘게 함께 연극판에서 전쟁을 치러온 손숙을 ‘전우’라고 불렀다.
오십년 넘는 세월 동안 함께 연극판을 지켜온 박정자와 손식이 '키 큰 세여자'로 7년 만에 호흡을 맞춘다.[이하 사진제공=국립극단]

15일 서울 대학로 국립극단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배우 중심의 연극을 기획하면서 떠오른 배우가 박정자와 손숙”이라며 “이번 작품은 국립극단이 표방하는 배우 중심 연극 1호”라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이병훈도 “젊은 배우들과 작품을 하다보면 연기지도 하다 에너지를 다 뺏기고 진짜 연극다운 연극을 못했다. 두 배우를 모시고 하니까 비로소 연출을 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관록의 두 배우는 부담감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박정자는 “연습하면서 매일매일 홍역을 앓고 있다”고 말했고, 손숙은 “입시를 코앞에 둔 고3 수험생 같다”고 밝혔다.

‘키 큰 세여자’는 미국 연극계의 거장 에드워드 올비가 극본을 썼다. 올비는 ‘미묘한 균형’(1966년), ‘바다풍경’(1975년)에 이어 1994년 ‘키 큰 세여자’로 세번째 퓰리처상을 받았다.

박정자는 치매에 걸린 90대 노인 A를 맡았고, 손숙은 A를 간호하는 50대 간병인 B역이다. 국립극단 시즌단원인 김수연이 A의 변호사 밑에서 일하는 20대 여성 역할로 출연한다.

이 작품은 뚜렷한 줄거리가 없다. 1막에서는 A가 집나간 아들 이야기, 바람핀 남편 이야기 등 지나간 인생을 맥락없이 늘어놓고 B와 C가 듣는다. 2막에서는 B와 C가 A의 분신이 된다. 즉 B는 50대 시절의 A, C는 20대 시절의 A가 되는 것이다.

박정자는 “B는 인생을 360도 각도에서 볼 수 있는 50대이고, A는 삶의 마지막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90대”라며 “이번 역할에 이름이 없는 게 너무 좋았는데 우리 모두가 A가 되고, B가 되고, C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박정자(73)는 실제 나이보다 20살 많은 역할이지만, 손숙(71)은 20살 어린 역할이다.

손숙은 “배우가 실제 나이보다 30살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것은 그렇게 큰일은 아니다”라며 “극중 ‘인생을 산에 비유했을 때 쉰살이면 그 정점’이라는 대사가 마음에 들었는데 사실 쉰 살일 때는 그걸 몰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쉰살이 정점이 되는 것처럼 100세 시대는 현실로 닥쳐왔다. 100세 시대가 되면서 물질적인 노후 대비 못지않게 화두로 떠오른 것이 현명하게 늙어가는 웰에이징이다.

이병훈 연출은 “한 이탈리아 영화에 죽은 어머니가 아들에게 나타나 ‘죽은 자의 시선으로 보면 세상이 얼마나 경건하고 아름다운지 모른다’고 하는 장면 나오는데 이 작품이 바로 그런 시선을 갖고 있다”며 “늙음과 젊음, 과거와 현재 등에 관한 이야기를 생명력 넘치고 유머러스하게 전하는 비극적 코미디”라고 전했다.

이 작품은 노년 관객들만을 위한 연극이 아니다. A와 B의 이야기 뿐만아니라 A와 B로부터 언젠가 자신의 부모가 죽는다는 이야기 등을 듣고 괴로워하는 20대 C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이 연출은 “극중 세 개의 시점이 교차하는데 작가인 올비가 이를 굉장히 치밀하게 썼다”며 “20대, 50대, 90대 각각의 시점에서 인생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연극”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만만치 않은 작품을 이끌어갈 두 여배우는 “제대로 작품 만났다”(박정자), “오랜만에 뭔가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손숙)며 밤낮없이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공연은 오는 10월 3일부터 2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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