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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총선앞두고 포털 길들이기? ‘어린왕자’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다
[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잘나가는 스타트업(초기 기업)들이 왜 미국 법인을 본사로 두는지 그 이유를 아십니까? 국내에서는 ICT(정보통신기술)관련 낡은 법과 제도를 개선할 기미는 커녕, 규제 일변도로 기업의 발목잡기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ICT 업계의 한 회사 대표가 이 같은 푸념을 털어놨다. 내년 총선의 예비전으로 인식되는 국정감사가 본격 시작되면서 정부 여당의 ‘국내 인터넷 포털 길들이기’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었다. 

새누리당은 인터넷 포털이 “왜곡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대표를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미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린 인터넷실명제(공직선거법 제82조) 논란까지 포털 측의 견해를 묻겠다며 각 상임위원회별로 증인채택을 요구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포털 재갈 물리기’에 나선 것이라며 증인 채택을 거부했다.

글로벌 경쟁력 키우기에 바쁜 양대 포털은 때 아닌 정치권의 관심에 어리둥절하다.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을 필두로 국내 인터넷 업계는 셧다운제, 인터넷 실명제 등 국내 사업자들에게만 적용되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역차별’이라며 관련 법ㆍ제도의 개선을 오랫동안 요구해왔다. 

해외 공룡 ICT 기업들이 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토종 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외침에 국회는 그러나 ‘소 귀에 경 읽기’ 수준으로 응답했다. 빅데이터, 핀테크 등 미래 주요 성장 산업의 법ㆍ제도 정비는 걸음마 수준이다. 속도전을 하는 ICT 기업 입장에서는 모래주머니를 달고 달리는 기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자체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내미는 ‘포털의 뉴스 편집이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순수한 의도로 와닿을리 없다. 

새누리당의 ‘지적’ 그 자체만으로 업계가 발끈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듣지 않고, 하고 싶은 말만하는 정치권의 일방향적인 소통 방식이 근본적인 문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무언가를 길들인다는 건 곧 진정한 관계를 맺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지적에 앞서 쌍방향 소통을 통한 진정한 관계맺기가 우선이다. ‘의혹’의 꼬리표를 떼려면 정치권은 보고서를 내놓는 정성만큼, ICT업계의 발전에 족쇄가 되고 있는 법ㆍ제도 정비에 먼저 제대로 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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