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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류지향(下流志向) 세대…현실에 안주하는 젊은 직장인들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 이은혁(31ㆍ가명) 씨는 조직문화가 엄격한 국내 한 유통 대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최근 2년간 회식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상사가 형식적으로 “일찍 들어가라”고 말할 때에도 이씨는 가장 먼저 퇴근한다. 이씨는 “주어진 업무를 다 했기 때문에 더 이상 회사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선배들은 “조직생활이 일만 잘 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승진을 하려면 상사와의 관계도 중요한만큼 회식은 억지로라도 나오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하지만 이씨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씨는 “승진을 해서 높은 자리로 올라가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승진 욕심은 전혀 없다”며 “지금 받는 월급으로도 사는데 지장이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만큼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사진=123RF

최근 이씨처럼 ‘하류지향(下流志向)’적인 젊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큰 성공이나 부유함을 바라기보다 적당히 현재 주어진 것에만 만족하며 사는 삶을 지향하는 것.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치열한 경쟁사회를 완화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하지만, ‘하류지향’ 세대 중 상당수가 부모와 함께 사는 ‘둥지족’인 경우가 많아 자칫 사회 저성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니트족’이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낙담한 사람들을 일컫는 반면, 하류지향 세대의 경우 ‘노력과 성과가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의식을 기반으로 ‘취업은 하지만, 열정적인 삶을 거부하는’ 부류다.

국내에서 하류지향 세대는 대개 중산층 이상의 부모를 둔 20대~30대 젊은이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용돈 수준의 월급만 받아도 생활이 가능하거나, 당장 직장을 그만둬도 사는데 큰 무리가 없다.

실제로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최근 퇴사한 한모(29ㆍ여) 씨는 “전 직장이 월급은 100만원 가량 더 많았지만 하루종일 일하느라 번 돈을 쓸 시간조차 없었다”며 “1년 정도 배낭여행이나 하고 돌아온 후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한 번뿐인 인생인데 어렵고 힘든 일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류지향은 이미 2000년대 중반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나타났던 현상이다. 공부하지 않아도, 일하지 않아도 자신만만한 신인류로 분류된다.

우치다 타츠루 고베여자대학교 교수는 저서 ‘하류지향’에서 “하류지향세대는 소비중심적 문화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일하는 즉시 금전적 성과를 받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조직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탈피하려 한다”며 이러한 현상을 진단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열정을 과다 투입하면 그만큼 결과물이 많았지만, 지금은 조직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삶을 던지게 할만한아무런 동기가 없다”며 “지금 2030세대는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존중받고 자랐기 때문에 기존의 엄격하고 고리타분한 조직문화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성세대들은 이처럼 하류지향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날경우 경제발전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천에서 중소형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5) 씨는 “20대 직원들이 일을 잘하려는 의욕이 없어 월급을 인상하거나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기도 했지만 조금만 부담이 되면 그만두기 일쑤”라며 “기계처럼 주어진 일만 하고 가는 직원들만 가득하면 기업의 성장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는 이런 현상이 주류는 아닌만큼 긍정적 방향으로 유도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운택 교수는 “일본의 하류지향은 경기가 풀리고 취업문제가 해결되면서 다소 완화됐다”며 “일한만큼의 보상체계가 주어지고 사회보험 제도를 갖춘 좋은 일자리를 양산해 직업에 헌신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한다”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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