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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밖 청소년 28만명‘미스터리 폭탄’
학업경쟁·왕따·폭력등에 부적응
매년 6만명가량 학업중단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파악안돼

청소년 범죄 절반이 학교밖 청소년
사회·경제적 손실도 11조 추산



자신이 다니던 예전 학교 빈 교실에서 부탄가스통을 폭파시킨 이모군(15) 처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아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학업 경쟁에서 밀려나고, 왕따와 학교폭력 등으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잠재적 범죄자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매해 6만명 가량의 청소년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있는데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이 안되는 아이들이 누적치로 28만명(2013년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초 통계를 보면 연간 총 6만568명의 초ㆍ중ㆍ고 학생들이 학교부적응, 미인정유학(부모미동반유학), 해외출국, 장기결석 등으로 학교를 그만뒀다.


여가부 관계자는 “학업중단은 개인적으로 청소년의 사회적 자립 및 성장을 저해하고 국가적으론 인적자원 손실, 범죄율 증가 등에 따른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밝혔다. 실제로 학업중단으로 비행에 가담하거나 노동시장에서 취약계층으로 전락하는 등으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손실은 1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실 올초 터키의 시리아 접경 소도시에서 실종된 김모(18) 군도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학교 밖 청소년이었던 김군은 한국을 떠나기 전 자신의 SNS에 나라와 가족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적었다.

김군은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교내 폭력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퇴 후 집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 세상을 접하는 주창구는 컴퓨터였다. 안 그래도 사회인식이 삐딱해진 상태에서 인터넷을 통해 들려오는 나라 안팎의 부정적인 소식이 나라 자체를 비관케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생각이 더해질수록 신세계에 대한 열망은 커졌고, 결국 무장단체(IS) 가담이란 끔찍한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작년 김포에선 가출 여중생들이 같은 ‘팸(패밀리)’에 있던 언니가 자신들이 성매매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살해한 뒤 시신을 불태워 묻은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교 밖 청소년의 범죄율은 우려스런 수준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 7월까지 검거된 청소년 범죄자 42만4611명 중 학교 밖 청소년은 절반에 가까운 17만1127명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4%에 불과한 학교밖 청소년이 전체 범죄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학생 범죄자도 매년 6만여명씩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4세~18세의 학생범죄자 수는 5만4433명이다. 같은 연령대의 학생범죄자 숫자는 지난 2011년 5만9988명에서 2012년 6만1172명, 2013년 5만9022명으로 4년째 비슷한 수준이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학교라는 울타리를 포기하고, 독학을 통해 대학진학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대학 신입생 중 검정고시 출신은 5518명으로 2007년(4020명)보다 37% 증가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무한경쟁의 입시 속 점수에 따라 인간의 가치가 매겨지는 성적지상주의 ▷교사 성추행 등의 사건으로 빚어진 교권의 추락과 존경·의지할만한 존재의 부재 ▷일상화된 학교폭력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성폭력의 확산 ▷관계적 놀이문화 실종에 따른 게임·스마트폰 중독 ▷부모들의 과잉보호에 따른 예절교육 부재 등을 꼽는다.

김성기 협성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왜 나왔는지를 단순히 교육 차원에서만 접근할게 아니라 가정문제, 경제적문제 등을 포함해 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학교 밖 아이들을 위한 각종 센터만 만들지 말고 뿔뿔이 흩어져 있는 기관을 하나로 통합해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의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라며 “학교가 사회변화를 감당하지 못하는건 자성해보고 어떻게 가야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경원ㆍ배두헌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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