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지난 11~16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제43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우리나라가 또 다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금메달 13개, 은메달 7개, 동메달 5개를 획득하면서 1967년 처음 참가한 이래 통산 19번째 종합우승이다.
이 같은 결과 뒤에는 묵묵히 선수들의 몸 상태와 경기 상황을 점검하며 뒷바라지한 선수단장이 있었다. 그가 바로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다. 박 이사장은 공단 이사장과 국제기능올림픽 한국위원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어 이번 대회에 국가대표 선수단장으로 참가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대회 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다보니 각국의 견제대상 1호로 지목돼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며 “기능올림픽은 한 선수가 여러 과제를 4일에 걸쳐 수행하기 때문에 새벽 6시부터 회의를 하며 전날 상황을 점검하고 전략을 짰다”고 밝혔다.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
종합우승을 거두긴 했지만 브라질, 중국 등의 추격이 예상보다 거세 우리나라의 전통적 강세인 용접 등 여러 직종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게 박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다른 나라들도 최근 기능올림픽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우리나라에 대한 견제도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개최국 브라질만 해도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위해 숙련기술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직업훈련을 통한 기능인 양성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며 “앞으로 숙련기술인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투자를 확대하지 못하면 기능올림픽에서의 절대 우위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
박 이사장은 우리나라에서 기능이나 숙련기술인이 소외받는 경향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산업발전에 치중했던 1960~70년에는 기능올림픽 입상자들도 세종로를 지나는 카퍼레이드를 할 정도로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컸지만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적성과 소질에 관계없이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했고, 다시 기능이 소외받게 됐다는 것이다. 반면 유럽과 일본은 직업훈련에 대한 관심이 큰데다 숙련기술인에 대한 사회적ㆍ경제적 지위도 상당히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이사장은 “제2차 세계대전 종료 후 기업에서 일할 기능인을 양성할 목적으로 스페인에서 처음 시작된 게 기능올림픽”이라며 “우리나라도 기능인과 숙련기술인이 인사, 보수, 승진 등에서 학력이 아닌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 시스템이 사회 전반에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묻지마’ 대학진학 보다 기능을 배워 우선 취업을 하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젊은이들이 대학 진학 후에도 자신의 적성과 소질에 대한 고민보다 스펙 쌓기에만 열중해 구직자와 구인기업의 불일치(미스매치)로 청년 실업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를 졸업한 청소년들이 취업한 뒤 필요시 대학에 진학하는 일학습병행제를 사례로 들며 청년들도 기술을 배우며 학위를 취득해야 양질의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기능올림픽이 기술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촉매역할을 하게 되길 바란다는 박 이사장의 말은 청년 실업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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