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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 낳으라”는 정부 vs “안 낳겠다”는 2030…심각한 초저출산 사회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1. 대기업 하청업체에 다니는 직장인 A(31)씨는 주변에 결혼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움에 한숨이 나온다. 입사 3년이 지났지만 A씨는 결혼 자금 등 여건을 마련하기 벅차기 때문이다.

돈을 아낀답시고 해외 여행 한번 안 나갔지만 갚아야할 학자금 대출은 아직 남았고 서울 전세값은 계속 오르기만 한다. 부모님이 얼마라도 떡하니 지원해 줄 형편도 아니다보니 ‘결혼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라는 선배들의 말이 점점 실감난다.

#2. 결혼 4년차를 맞는 직장인 B(35)씨는 올해 들어 2세 계획을 완전히 포기했다. 주위에서 아이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돈을 보면서 B씨는 ‘아이를 낳으면 우리 부부의 인생은 사실상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정규직인 아내가 육아 휴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둘이 벌어 조금이라도 여유있게 사는 게 낫겠다 싶었다. B씨는 “아이 입장에서도 무한경쟁, 승자독식 사회의 부속품처럼 살아갈 가능성이 크지 않느냐”며 씁쓸해했다.

[사진=헤럴드DB]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부부들은 아이를 최대한 안 낳으려 하고,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들은 점점 늘어간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00명당 출생아수(조(粗) 출생률)는 8.6명으로 2년 연속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은 1.205명이었다.

합계출산율이 1.3 이하인 초저출산 현상이 13년째 계속되고 있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도 있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고 출산을 독려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지금과 같은 초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면 우리나라 인구가 2060년에는 4400만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오는 9월엔 지난 10년간 정책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수립된 ‘제3차(2016~2020년)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이 발표될 예정이다.

황우여 부총리는 지난달 제7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그간의 보조금 중심의 개별적ㆍ미시적 접근에서 한 걸음 나아가 고용ㆍ교육ㆍ주거 등 아이를 낳고 키우기 어렵게 만드는 사회구조 문제를 해결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면서 보다 근본적 대책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황 부총리는 특히 “신혼부부를 위한 저렴하고 안정된 주거 지원 뿐 아니라 부모님과 함께 살기 편리한 주거시설을 확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3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가족공동체의 회복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부모와 함께 살기 편리한 주거 확충은 그 자체로는 환영할 일이지만 한국사회 저출산 문제의 구조적 요인과 가족 공동체 문제가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황 부총리의 발언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성공적 교육개혁과 노동시장의 양극화 해소 등 경제ㆍ사회 부문의 난제를 해결해야지 단순 제도 신설 만으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당수 젊은층은 우리 사회가 현재 어려울 뿐 아니라 미래에도 나아지리란 기대가 별로 없는 상태”라며 “주택 문제, 소득구조 개선, 노동시장 안정화 등 사회 근본적 문제들이 적어도 나아지고 있다는 판단이 들어야 청년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이미 결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들 역시 아이 보육과 교육 환경이 나아질거란 희망이 생겨야 아이를 낳을 것”이라면서 “정부의 단기적 관점의 출산 관련 인센티브 등으로는 더이상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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