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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글씨와 필사로 위로의 한 줄을 얻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행복해지고 싶으면, 행복해질 용기를 가져야 한다. 지금 바로 결심하면 된다.’‘더 작은 목소리로 말해줘/라일락 같은 소리로/모래 같은 소리로/풀잎으로 풀잎으로’…

명시와 명구를 손글씨로 따라쓰는 필사가 힐링의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손의 움직임과 감각을 통해 완성되는 아날로그 글씨쓰기 책과 필사책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인터파크도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필사 관련 도서의 판매는 지난해 동기 대비 4.1배가 증가했다. 최근의 손글씨 책의 경향은 단순히 악필을 바로 잡거나 예쁘게 쓰기 위한 글씨 공부가 아닌 마음의 위로와 격려가 되는 시나 명구들을 따라 쓰는 힐링용이라는데 있다. 


현재 서점가에는 김용택 시인이 마음에 새길 만한 시를 모은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를 비롯, 고두현 시인이 평소 마음에 담아둔 명시와 명문장을 뽑은 ‘마음필사’, 명시 모음집 ‘명시를 쓰다’ 등이 출간돼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8개월째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아들러 심리학 책을 통틀어 행복과 긍정 메시지를 담은 필사책 ‘오늘, 행복을 쓰다’도 출간돼 주목받고 있다.
답답한 현실과 불안속에서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한 줄 글을 간절히 원하는 이들에게 필사책이 새로운 역할을 떠 맡고 있는 셈이다. 시를 베껴 써보는 건 시를 더욱 가깝게 느끼고 기억하며 마음에 담는데 도움이 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꾹꾹 한 획 한 획 따라 쓰면서 온전한 몰입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내 글씨로 쓴 ’명시집‘ 한 권을 얻는 성취감도 따라 쓰는 재미다.

이런 힐링용 필사 붐을 타고 교보문고의 ‘시 한편, 밥 한 끼’ 캠페인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점에 비치된 엽서에 자유롭게 시 한 편을 손글씨로 따라쓰기 한 다음 서가에 부착하면, 1장 당 200원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자동으로 기부되는 캠페인이다.
이 행사는 지난 12일부터 시작해 일주일만에 600개의 엽서가 모였다. 이에 따라 교보문고는 현재 광화문점과 강남점만 시행하고 있는 캠패인을 조만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 캠페인은 손글씨를 쓰면서 시 한편을 마음에 새길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또 미미한 손의 노동으로 기부를 할 수 있다는데 반응이 뜨겁다.

손글씨, 필사의 인기에 힘입어 만년필 등 필기도구 등의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 인터파크쇼핑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만년필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필사를 위해 자신에게 선물하고자 하는 ‘포미(For Me)족’과 손글씨를 즐기는 지인을 위한 선물로 잊혀진 만년필이 새삼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터치로 둘러싸인 디지털 환경 속에서 피로도를 느낀 디지털세대가 손글씨를 통해 푸근한 아날로그 감수성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연예인들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예쁜 손글씨로 감사 인사 카드나 메모 등을 올리면서 개성적인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 이유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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