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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제경영은 없다…신동빈, 상법경영으로 롯데 장악 가속도
소리없이, 신속했던 신동빈 회장
한국롯데 지주사 日 L투자회사 장악
2010년 두곳만 대표이사에서
6월30일 현재 10곳 대표이사로

정상출근 업무 챙기는 신동빈
“아버지 허락했나”엔 묵묵부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를 사실상 장악하면서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의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임(분쟁)이 끝났다”는 말도 나온다.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L투자회사(1ㆍ2ㆍ4ㆍ5ㆍ7ㆍ8ㆍ9ㆍ10ㆍ11ㆍ12)의 등기부 등본을 분석한 결과 신 회장은 지난 6월30일자로 10곳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제 3ㆍ6 투자회사는 현재 등기변경이 진행 중이지만 대표이사로 취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업계에선 일본 롯데홀딩스와 한국 롯데의 지주사격인 L투자회사마저 장악해 경영권 분쟁에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고보고 있다. 이에 신 회장이 그동안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 준비한 전략과 실행 과정이 뒤늦게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도 분쟁이지만, 분쟁 이후의 롯데에 대한 불신과 비판 여론을 수습하는데 총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오전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앞 네거리의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경영권 분쟁에 대한 싸늘한 여론 등 앞날이 불투명한 롯데그룹을 상징하는 듯 하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차근차근 그리고 신속하게 L투자회사까지 장악한 신동빈=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롯데 통합경영을 위해 최근 몇달간 취한 행동은 ‘차근차근하되, 신속한’ 것이었다.

10대그룹 임원은 L투자회사 대표로 오른 것과 관련해 “지금 보니 신 회장의 전략은 합법적인 이사회 장악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회를 장악한 후 L투자회사까지 거머쥔 신 회장은 L투자회사 이사진을 우호 세력으로 채웠다. 특히 쓰쿠다 사장을 제외한 롯데홀딩스 이사들이 모든 L투자회사 이사진에 포함돼 있다.

아라카와 나오유키(롯데홀딩스 이사)는 L1ㆍ5ㆍ12에 등재됐고 고바야시 마사모토(한국 롯데캐피탈 사장)는 L2에, 가와이 가쓰미(롯데홀딩스 상무이사)는 L4ㆍ9ㆍ10에, 고초 에이이치(일본 롯데상상 영업본부장)는 L5ㆍ8ㆍ11에 등재됐다.

2010년 신 회장은 L10ㆍ12 투자회사에서만 임원으로 올렸고, 신 전 부회장은 L4ㆍ5 등 2곳에 대표이사, L2ㆍ7ㆍ8ㆍ9ㆍ10ㆍ11 등 6곳에서 등기임원을 맡고 있었다. 2대8의 절대적으로 불리한 구도에서 신 회장이 10대0으로 판세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롯데 원 리더’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손가락 경영으로 지칭되듯 신격호 총괄회장이 황제경영을 했다면, 신 회장은 이사회와 주총 등의 합법적 절차를 통해 차근차근 경영 장악을 했다는 점에서 정당성 측면에선 불리할 것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L투자회사들은 호텔롯데(72.65%)는 물론이고 부산롯데호텔 지분도 46.55%나 갖고 있다. 또 L2는 각각 롯데로지스틱스와 롯데알미늄의 지분 45.34%, 34.92%를 가진 최대 주주다.

경영권 다툼 4년전부터 시작됐다?=롯데 경영권 분쟁은 2011년 한일 롯데 분리작업 무산부터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로 신격호 회장이 총괄회장에 오른 해다. ‘한국=신동빈, 일본=신동주’ 작업이 진행되다가 막대한 세금문제로 분리추진안이 중단된 후 형제간 물밑경쟁은 심화됐다는 후문이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이 경영성과에 의지를 보였지만 7억엔 벤처투자를 실패하자 아버지로부터 작년 12월26일 해임됐다. 이때부터 물밑경쟁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드러나면서 지금의 롯데사태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에 이어 L투자회사를 장악함으로 형의 반격 카드를 사전에 차단해 사실상 승리했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하지만 롯데 경영권 분쟁은 롯데로선 막대한 상처를 남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反)롯데 정서, 실타래처럼 얽힌 지배구조 개선, 땅에 떨어진 이미지를 개선하고, 험로가 예고된 미래 사업을 어떻게 챙기느냐가 신 회장에게 숙제로 떨어졌다”고 했다.

롯데 관계자는 “반성의 자세로 악화된 여론 회복은 기업 이미지 쇄신에도 공을 들일 것”이라며 “이사회를 통해 선임된 만큼 신 회장에 밀실, 황제경영의 부정적 이미지는 희석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아버지 허락 여부엔 노코멘트=신 회장은 7일에도 그룹 본사 사무실에 출근했다. 지난 3일 일본에서 귀국한 후 현장경영에 나섰다가 3일째 연속 본사로 출근해 업무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경영권 분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L투자회사에 대표로 오른 것이 알려진 후에도 정상 업무를 챙기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9시9분께 지하 3층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기자와 만난 신 회장은 “아버지한테 허락 맡고 L투자회사 대표에 올랐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경호원의 호위를 받은채 집무실로 곧장 올라갔다.

현재 신 회장이 L투자회사에 대표로 오른 것과 관련해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허락 여부와 적법성 여부는 초미의관심이다.

이정환ㆍ김성훈 기자/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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