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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의 민낯-승정원일기 23] 술 마신 유모의 젖을 먹은 세손
영조 28년 3월 4일,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의 아들이고, 정조의 형인 의소세손(懿昭世孫)이 심한 설사 증세로 앓다가 3세의 어린나이로 세상을 뜬다.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영조 28년 2월 2일 미시(未時), 상(임금)이 경춘전에 나아갔다. 약방의 세 제조와 어영대장이 함께 입시한 자리였다.

영조: “오늘 입진했을 때 세손을 본 것에 대해 모두 진달하라.”

홍봉한 : “우황고 2환을 썼는데, 오늘 조금도 차도가 없었습니다.”

영조 : “의관들이 본 것을 진달하라.”

김수규 : “밤에 자는 것은 조금 나아졌고, 간간이 젖을 빤다고 하여 신들은 조금 나아지리라 기대했는데, 설사를 11차례나 해서, 기운이 다 빠졌습니다.”(중략)

영조 : “유모가 술을 자주 마신다. 심한 경우, 밤에도 술을 마셔서 젖에 젖은 아이의 옷에서도 술 냄새가 난다.”

김약로 : “유모가 술을 마시는 것은 매우 금기시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신이 이 이야기를 듣기 전에도 경계하는 말을 했습니다.”

영조 : “술을 마시고 젖을 물리면 어찌 술기운이 전해지지 않겠는가.”

세손이 설사를 하는 원인을 찾다가 유모가 술을 마시고 젖을 물리는 것을 언급한다. 소주를 마시는 것은 장과 위에 해로운데 유모가 밤마다 술을 마시니, 그 기운이 젖을 통해 세손에게 흘러들어 나쁜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추론이다. 이후 설사를 멎게 하는 약에 대해 상의하는 대화가 오간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젖을 물린 유모를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신하가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다. 영조 또한 안타까워할 뿐 유모에 대해 이렇다 할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아기를 맡아 키우는 공이 있어 함부로 명령하지 않고 예우를 갖추었다고 보기에는 그 과오가 너무나 큰 것임에도 불구하고 임금과 신하 모두가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것이 의아할 뿐이다.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하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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