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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개발’보다 ‘M&A’ 선택한 삼익악기의 시련
피아노 판매 매년 감소 영창악기에 1위 자리 내주기도 

한 때 국내 피아노 판매 1위를 기록했던 삼익악기의 하락세가 심상찮다.

‘M&A의 귀재’ 김종섭 삼익악기 회장<사진>이 직접 나서 해외 브랜드 사냥에 나섰지만, 이에 걸맞는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을 등한시하며 깐깐한 국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일 악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피아노 시장에서 삼익악기의 판매대수는 850대.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1000대선을 돌파하는데 실패했다.

판매감소 속도도 빠르다. 불과 3년 전인 2011년 연간 판매량 3640대로 국내 시장 1위를 기록했던 삼익악기는 2012년 2170대를 판매하며 영창뮤직(2370대)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후 2013년 1480대를 판매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3년 전 판매량의 약 23.4%, 같은해 영창뮤직(1760대) 판매량의 48.3% 수준인 850대 판매에 그쳤다.

비록 포화상태라는 국내 피아노 시장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이다. 라이벌 영창뮤직의 경우 지난 2011~2013년 판매량이 꾸준히 감소했지만 2014년에는 판매량이 전년 대비 9.3% 반등했기 때문이다.

이승재 삼익악기 이사는 “국내 시장에서 절대적인 판매량은 줄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자일러 론칭 5년이 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익악기의 부진에 대해 업계에서는 브랜드 전략의 실패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종섭 회장이 그동안 실시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따라 R&D 조직이 와해돼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일러(Zeiler) 등 해외 고급 브랜드를 인수해 생산ㆍ판매하고 있지만, 브랜드 가치에 걸맞는 R&D활동이 사실상 정체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삼익악기의 ‘2015년도 1/4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연구개발비용과 연구실적 등은 미미한 수준임(기술개발인원 1명이며 생산관리분야와 겸직업무)’으로 적혀 있다.

삼익악기의 이런 행보는 다른 피아노 제조사들이 최근 R&D를 더욱 중시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영창뮤직은 세계적인 피아노 엔지니어 델윈(Delwin D.Fandrich)이 모든 피아노공정에 직접 참여해 공정을 개선하는 엑스큐(EXQ)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연구과정을 통해 지난달 ‘애스터(Aster)’라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기도 했다. 또 야마하도 최근 일본 본사에 있는 R&D팀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 인수 초기에는 소비자들에게 반짝 통하는 듯 하지만, R&D 전문조직이 약해진 상태에서 신제품 출시가 부진할 경우 M&A효과는 감쇄된다”며 “브랜드뿐 아니라 이에 걸맞는 품질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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