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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ADERS CAFE] ’시간당 미소값‘, 당신의 행복 점수는?
#2013년 영국의 첼튼엄 문학제에서 기발한 실험이 이뤄졌다. 참석자들이 이 행사의 가치를 향유하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콸리아라는 회사가 개발한 기술로 행사장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방문객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미소를 추적한 것. 컴퓨터를 통해 이 미소를 해석해 이를 일종의 가치로 변환, ‘시간당 미소’ 값을 매일 산출했다.

#2014년 세계 경제지도자들이 모이는 다보스포럼에 한 승려가 무대에 올랐다. 세계 경제를 쥐락 펴락하는 거물급들과 승려의 출현은 뭔가 어색한 조합처럼 보였다. 그는 다름아닌 전직 생물학자인 프랑스 승려 마티유 리카르. ‘행복 전도사’로 불리는 그는 세계적인 경제 리더들을 데리고 마음챙김 명상을 시작했다. 이 포럼에서는 심신의 행복을 주제로 25개 세션이 열렸다.

두 사례는 행복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행복이 전세계인의 화두가 된 건 2000년대 초. 각국의 행복수치들이 발표되고 개인의 행복에 초점을 맞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최근의 애플, 구글의 스마트 워치도 그 연장선상이다. 여기에는 긍정심리학, 행동경제학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데이비스의 저서 ‘행복산업’(동녘)은 행복이 어떻게 오늘날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됐는지 살핀다. 저자는 특히 행복, 감정이 ‘과학적 측정’을 통해 눈으로 볼 수 있는 숫자나 데이터로 환산되고 경제학, 심리학에 의해 변질되는 지점에 주목한다. 저자에 따르면 ‘행복의 과학’이 갑작스럽게 21세기 초에 대두된 이유는 두가지다. 
행복산업/윌리엄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동녘

하나는 바로 자본주의의 속성과 관련된 것이다. 즉 행복이 중요해진 것은 그만큼 사회 구성원이 피부로 느끼는 불행이 커지고 중요해졌다는 반증이다. 많은 사회 구성원이 느끼는 불행함은 불평등에서 기인하며,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사람들은 심리적, 감정적으로 편한 관계를 맺기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

이런 불행함은 묘하게도 다시 자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 자본은 노동자의 생산성과 행복을 둘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많은 기업에서 스트레스 관리 전문가를 두는 것이 한 예다. ‘행복과학’이 지금의 지위를 달성하게 된 것도 이에 필요한 해법을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심리학은 사회구조적 문제에 집중하기보다 개인이 긍정 에너지를 회복해 다시 일터로 돌아가게 만드는 역할을 떠맡게 된다.

두번째 이유로 꼽은 것은 기술의 발달이다. 자본주의 아래에서 기술은 우리의 감정과 기분을 일상적으로 감시하는 물리적 토대를 제공한다. 저자는 일상 속 우리의 감정이 수량화되고 측정되며 다시 우리의 삶으로 침투하는 현실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불행함의 원인을 모두 내 안으로 향하게 하는 이런 행복시스템은 결국 외부의 잘못을 눈감게 만들기 때문이다. 주관적인 감정에 과도하게 집착하게 함으로써 더 넓은 정치적ㆍ 경제적 문제들에 대한 비판적 관심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우리의 감정을 변화시키려고 애쓰기보다 안으로 향하는 비판의 날을 밖으로 돌려야 할 때라고 강변한다.

그런가하면 행복연구가로 복지경제학의 토대를 제공한 브루노 S.프라이는 행복을 수치화하는데 적극적이다. 프라이는 ‘행복, 경제학의 혁명’(부키)에서 행복의 척도로 개인의 ‘주관적 안녕감’에 주목한다. 그는 기존 경제학이 비용과 편익이라는 결과적 효용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개인이 느끼는 삶의 만족감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한다고 본다. 그에 따르면, 이 주관적 안녕감을 측정할 때에야 비로소 개인이 느끼는 삶의 만족감을 충분히 해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경제적 행동을 해석, 복지와 후생 차원에서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효용을 측정할 수 없다는 기존 경제학의 주장에 반해 충분히 행동의 효용을 계량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행복, 경제학의 혁명/브루노 S. 프라이 지음, 유정식 외 옮김/부키

프라이가 제시하는 주관적 안녕감은 자영업자의 직무만족에서부터 자원봉사자의 행복, TV시청, 결혼 등 생활전반에서 측정가능하다. 가령 자원봉사는 결과적 편익은 없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한 내적 기쁨을 가져다 준다. 반면, 과도한 TV시청은 불완전한 자기통제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개인의 안녕감 수준을 떨어뜨린다. 또 결혼은 상대적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주며 따라서 우울증을 낮춘다.

프라이의 행복연구의 또 다른 특징은 사람의 선호도가 변화할 수 있다고 보는데 있다. 사람들은 오류를 통해 생각과 행동을 수정한다는 사실이다. 즉 기존의 경제이론에서는 사람들이 모두 높은 소득만을 원한다고 확정하지만 행복연구에 따르면 소득이 조금 줄어들더라도 노동시간을 줄이고 싶어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프라이는 국가의 경제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후생의 관점에서 경제행위를 측정하지 못하는 GNP(국민총생산) 대신 GNH(국민총행복) 개념을 제안한다.
“행복을 모니터링하는 도구들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한번 넘쳐나기 시작하면 실시간으로 감정을 수치화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이 나타나 시장보다 훨씬 빨리 우리의 삶에 침투할 수도 있다.”(‘행복산업’ 중)

디지털과학과 신경과학의 발달, 소셜미디어에 바탕한 빅데이터는 행복을 더 정교하게 수치화해 나가도록 이끄는 추세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혹은 누군가 수치로 환산해준 값에서 나의 기분과 마음을 확인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현실이다. 두 책을 통해 행복경제의 두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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