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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 대리운전 끼어들기?…업체는 “노” 기사는 “콜”
카카오 택시 이어 진출 검토중…업체측 “영세사업자 고사” 반발
대리기사는 “횡포에서 해방”환영


다음카카오가 콜택시에 뛰어든 데 이어 대리운전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기존 대리운전 업체들과 환영하는 대리기사들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 사업 진출에 대해 업체들은 ‘골목상권 침해’라고 규정한 반면, 상당수 대리기사들은 기존 업체들의 불합리한 업태를 해소시켜 오히려 ‘골목깡패 소탕’ 역할을 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다음카카오가 콜 택시에 이어 대리운전 사업 진출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리운전 업체들과 대리기사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 승객이 앱을 통해 택시를 잡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15일 경기 분당경찰서 등에 따르면 업체들은 오는 20일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업 진출 반대’를 목적으로 분당 소재 다음카카오 사옥 앞에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반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전국대리기사협회는 ‘진출 환영’이란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연다.

일단 업체들은 대기업의 대리운전 시장 진출은 영세사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입장이다.

한 대리운전 중계 프로그램 업체는 업체들에 집회 참가를 독려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영세사업자로서 목숨과 같이 일구어온 우리 사업영역에 다음카카오의 무임승차식 편승은 대기업의 자본력을 동원한 영세사업자의 살인행위”라고 주장했다.

20일 집회 참가 예정인 인천ㆍ부천 지역 대리운전 업체 관계자 이모씨는 “고객 유출이 자명하기 때문에 영세업자로서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젊은층은 스마트폰 어플 활용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고객이 많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적합업종에 민원을 넣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선 대리기사들의 입장은 이런 업체들의 반발과는 상반된다.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의 김종용 회장은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출은 보험료 착복, 벌금 착취, 배차 제한 등 기존의 터무니없는 업태를 시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골목상권 침해가 아니라 골목깡패 정리”라고 주장했다.

즉, 수수료를 20∼30% 떼어가는 것도 부족해, 올해 보험료가 100% 올라 매달 수입의 20%를 업체에 보험료로 지급하며, 특정 중계 프로그램 ‘오더’ 2개를 소화해야 추가 일거리도 주는 등 기존의 ‘악성 카르텔’을 부술 수 있는 수단이 큰 기업의 시장 진출이라는 얘기다.

김 회장은 “상당수의 업체들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대리기사 수탈 구조를 계속 유지시키달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큰 기업일수록 사회적 여론, 이미지가 중요한데 현재 시장의 수탈 방식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대리운전 4년차 임모(38)씨는 “기사들은 기존 일부 업체들의 횡포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현재보다 더 나빠질 것 없다’, ‘환영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이름 있는 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니까 시장에 최소한의 합리적 기준을 세워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대리운전 기사들의 인터넷 카페 등에 올라온 관련 게시물을 보면 ‘경쟁이 더 치열해져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는 등 우려도 있었지만, 대체로 환영한다는 글이 많았다.

닉네임 ‘10분에 ○○’은 ‘사회 여론에 민감한 기업이기 때문에 사기와 꼼수로 대리기사를 괴롭히는 기존과는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고, ‘재규어 ○○’는 ‘이미 시장은 아비규환인데 기존 악행들을 조금이나마 개선시킬 수 있는 영향력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만약 다음카카오가 업체들의 반발에 밀려 시장 진출을 포기한다면 기존 악질 업자들의 기를 살려주는 일만 되고, 20만 대리기사들의 염원을 저버리는 일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대리운전은 현재 검토하고 있는 여러 사업 분야 중 하나”라며 “진출 여부에 대해 뭐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지웅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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