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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ADERS CAFE]세계를 이해하는 틀‘지리학’…공간을 보면 세계가 보인다

  • 기사입력 2015-07-1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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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증가·바이러스 확산·IS 출현 등
글로벌 정세-공간관계 깊이있게 통찰
기후변화·이슬람분쟁·美-中 파워게임
지리학 시각서 국제질서 본질 파헤쳐
“미래 역시 공간흐름 이해해야 대비가능”



2010년 12월 중순 튀니지의 한 시장에서 일어난 사건은 아랍연맹의 안정된 일원으로 보였던 이 나라를 혁명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불과 사건 한 달 만에 정부를 전복시켰고, ‘아랍의 봄’이란 이름으로 이웃 나라에 연쇄작용을 일으켰다. 6개월 뒤에는 모로코, 바레인까지 번졌고, 리비아에는 내전이 일어났다. 비아랍국가들은 별안간 어느 편을 들어야 할 지 우왕좌왕했다. ‘아랍의 봄’ 영향권 안에 있는 각 국가들이 처한 상황, 문화, 경제, 지리, 환경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으면 판단이 불가능한 일이다. 

19세기 제국주의 팽창주의 시대 이래 지리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 지리상의 발견에 따른 영토확장과 식민지 건설에 봉사했던 지리학이 이젠 지정학적 위협과 각종 재해와 테러 등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이해의 틀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무슬림 테러와 민족 분쟁, 태평양의 두 열강인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기류는 지리적 문맹이 국가안보와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변화 역시 정치적 역학관계 못지않게 지리 지식의 필요성을 인식시킨다.

세계적인 지리학자 하름 데 블레이의 저서 ‘왜 지금 지리학인가’(사회평론)는 이런 맥락에서 지리학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21세기의 국제적 틀을 이해하는 시각을 제공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리학에 대한 무지가 지구촌의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인구의 폭발적 증가, IS의 등장과 테러, 에볼라와 메르스 같은 바이러스의 전세계 확산 등 변화하는 세계정세와 우리가 직면한 위기가 지리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가를 보여준다. 

책은 대체로 세 축으로 구성됐다. 하나는 지리학의 주요 영역이랄 기후변화와 관련한 내용이고, 얽히고 설킨 이슬람 분쟁의 실타래를 풀어 보여주는 게 두번째 축이다. 나머지 하나는 중국과 미국이 겨루고 있는 지정학적 문제로 저자는 지구촌의 가장 중요한 세 사안들을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풀어헤쳐 보여준다.

저자의 기후변화에 대한 시각은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 대신 지구의 큰 흐름 속에서 이해된다. 태양과 흑점의 주기, 대양 순환 등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자연의 주기가 기후변화에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들 중 어떤 주기가 더 우세한가에 따라 온난하거나 한랭해지는 지점이 결정된다. 가령 1백만년 전을 살펴보면, 4~5만년 간격으로 더워졌다 추워졌다를 반복하다가 42만 5000년 전부터 주기가 갑자기 10만년 간격으로 변한다. 이는 현재 지구가 겪고 있는 온난화와도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다. 180만년 전 시작된 플라이토스세는 빙기와 간빙기의 반복으로 특징지워지며 12만년 전의 에미안 간빙기는 1만년 정도 지속되다 끝나고 다시 1만8000년 전부터 온난해져 오늘날 우리가 사는 모습을 형성한다.

지금 인류는 홀로세라는 간빙기의 온난화 기후를 누리며 장기간 번성하고 있으며, 큰 흐름에선 빙기와 간빙기가 반복되는 한랭한 플라이토스세에 속해 있다. 문제는 플라이토스세에 들어서만 벌써 20차례 이상 빙하가 오고 가기를 거듭했다는 것. 가령 1300년대 1600년대의 한랭화 현상 등은 소빙기로 해석된다.

저자는 빙하의 유동에 따른 크고 작은 기후변화에 따라 문명권이 달라졌다고 본다. 문제는 만일 지금 빙기가 다시 돌아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다. 결론적으로 ‘지구’온난화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 지구적으로 퍼지는 테러의 물결도 지리적 이해의 틀에서 해석된다.

세계의 가장 위협요인 중 하나인 무슬림의 테러는 흔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이해하지만 그에 따르면 폭력의 악순환은 알카에다의 테러행위보다는 오히려 북아일랜드, 바스크, 타밀 엘람 문제와 더 공통점이 많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 9.11 공격의 계획과 자금지원 실행에 연루된 팔레스타인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 대다수 팔레스타인은 평화적이고 영토적으로 공정한 해결책을 원하고 이스라엘을 이웃나라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알카에다와 그 동맹세력은 그런 입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 뿌리는 1884년 식민열강들이 베를린 회의에서 아프리카 분할을 결정하면서 그은 대륙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종교선에 닿는다. 종교선은 이슬람전선을 형성, 국가 통합을 위협하고 테러리스트와 반군의 행동을 부추기는 분쟁지대가 된 것이다. 수단의 무슬림 정부가 아프리카 기독교와 애니미즘 신도가 다수를 차지하는 남부지역과 긴 전쟁을 벌인 후 2011년 국민투표로 수단과 남수단으로 분리됐고 나이지리아는 무슬림이 다수인 북부와 기독교가 많은 남부 사이에 폭동과 정치적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게 그 결과다.

저자는 중국의 부상이나 유럽의 경제 위기 등 지역적인 변화양상이 인문 및 역사 지리를 바탕으로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어떻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이밖에도 지리 지식은 활용 범위가 넓어보인다. 현대의 전염병 유행의 확산 경로를 예측하고 접종 캡페인을 벌이는데 지도는 요긴하게 쓰인다, GIS기술은 의료정보 지도의 효용을 바꾸어 놓았다. 범죄 치안에도 지도는 유용하다.

지리의 언어인 지도를 읽는 방법, 축적과 방위, 범례와 기호, 경도와 위도 등 위치 읽기 등 지도의 기초 지식도 상세하게 소개해 놓았다. 저자의 표현대로 지리상의 발견의 시대는 끝났어도 지리학적 발견의 시대는 결코 끝나지 않은 모습이다. 오히려 지리학으로 수렴되는 양상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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