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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트코인, ‘범죄의 화폐’로 전락하나…마약거래는 물론 카드 위조 등에 악용
[헤럴드경제=원호연기자]지난 달 30일. 유럽의 해킹 그룹 ‘DD4BC’는 국내 지방은행에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냈다. 이에 앞선 26일 국내 지방은행에 디도스 공격을 감행한 전력이 있는 ‘DD4BC’는 비트코인을 보내지 않으면 대규모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경고도 잊지 앉았다. 이날 비록 실제로 디도스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해킹을 막는 대가로 달러 등 실물화폐가 아니라 ‘비트코인’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실제적 가치를 지닌 통화 거래 수단이 아닌 가상 화폐 ‘비트코인’이 최근 ‘범죄의 화폐’로 전락하고 있다. 범죄에 악용하더라도 해당 비트코인 계좌를 누가 사용했는지 전혀 알 수 없어 비트코인은 마약 거래는 물론 카드 위조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거나 저장하기 위해 계좌에 해당하는 블록체인 지갑을 생성할 때 일체의 개인 정보를 입력하지 않는데다 중앙 집중화된 서버 대신 비트코인 거래에 참여하는 개인 컴퓨터에 거래 내역을 분할 저장하기 때문에 경찰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거래 내역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비트코인과 관련된 범죄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 거래소를 해킹해 비트코인 자체를 탈취하는 유형이 대부분을 이뤘다. 관리자의 개인키가 유출돼 1만8866비트코인를 탈취당한 비트스탬프나 85만 비트코인이 해킹으로 증발해 파산을 맞은 일본의 마운틴 곡스 거래소의 경우가 그 예다.

하지만 최근엔 해킹 등 다른 범죄를 통해 얻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대학생 A씨는 ‘비트코인’이란 단어만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고 한다. 지난 4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접속한 뒤 노트북 안의 모든 자료가 암호화돼 열리지 않는 이른바 ‘랜섬웨어’에 걸린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해커는 크립토락커로 불리는 이 랜섬웨어를 해독하고 자료를 복구하려면 1.84338 BTC(한화 약 44만원)를 자신들이 보낸 비트코인 계좌로 전송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비트코인을 보내주고 자료를 살릴까 고민했지만 실제로 복구는 안되고 돈만 날릴까봐 경찰에 수사 가능성을 문의했지만 “해커들이 IP 우회 브라우저를 쓴데다 비트코인 계좌는 소유자의 정보를 알 수 없어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A씨는 눈물을 머금고 자료를 포기해야만 했다.

마약이나 카드 위조 등 기존 범죄에 비트코인이 활용되기도 한다.

지난 3월 국내에선 미국 유학생 B(26)씨와 회사원 C(29)씨 등이 캐나다와 미국에서 20kg 가량의 대마를 비트코인을 이용해 밀수하고 판매하려 했다. 비트코인을 이용하면 외환거래 절차를 밟지 않고 국제 유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했다. 지난해에는 가상화폐 비트코인 거래소 비트인스턴트의 설립자인 찰리 쉬렘(24) 부회장이 마약밀거래 사이트인 ‘실크로드’ 사용자에게 100만달러 이상의 비트코인 판매를 계획한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자 비트코인이 범죄나 테러 자금의 세탁에 이용될 것을 우려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지난 달 26일 호주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국제 테러 조직의 송금 등에 악용되지 않도록 각국이 취해야 할 가이드라인을 정하기도 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각국 통화와 비트코인을 환전해주는 환전소를 면허제로 운영하고 환전소에서 발생하는 거래 중 테러조직으로 의심되는 것은 곧바로 당국에 알리도록 했다. 계좌를 개설할 때도 인증서를 통해 본인 확인을 철저히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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