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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안형식]메르스사태, 기형적 간병제도 시급히 바꿔야
이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간병과 병문안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자 가족이나 지인이 간병이나 병문안을 통해 메르스에 감염된 경우가 64명(35%)이고 간병인도 8명에 달한다. 메르스 확산 원인이 우리나라 병원의 간병제도나 병문안 문화에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환자 입원 시 보호자 가 환자 곁에 상주해 환자를 돌본다. 직접 간병을 할 수 없으면 간병인을 고용한다. 입원환자의 30~50%는 보호자가 상주하고 15%는 간병인을 고용하고 있다.

환자가 아닌 보호자가 병실에 상주하면서 함께 숙식하는 경우가 많고, 병실에 수시로 방문객이 드나들면서 접촉하다보니 병원감염이 확산된 것이다. 지난해 연구에서 보호자나 간병인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병원감염이 2.5배나 많았다. 

보호자 간병이나 간병인 고용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 현재 간병인 1일 비용이 7만~8만원에 달한다. 입원하게 되면 병원비 이외에 간병비 걱정을 해야 하고 형편이 안되면 가족 중 누가 간병을 할지를 놓고 고민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간병인의 사적고용이나 가족간호는 우리나라 특유한 현상이다. 외국에서는 대만 등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일본은 1992년부터 간병인을 사적으로 고용하는 제도를 없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병원에서 고용된 인력에 의한 모든 입원서비스가 제공되는 게 상식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호자나 간병인 대신 간호인력이 환자를 간병하는 ‘포괄간호서비스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병동 내 적정 간호인력을 배치, 보호자 상주가 필요 없도록 하고 환자에게 필요한 모든 의료서비스를 병원에 소속된 간호사가 제공한다. 2013년 7월부터 포괄간호서비스병원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올해 1월부터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본사업을 실시하면서 이를 이용하는 환자의 간병비부담이 크게 줄었다.

현재 지방과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데, 아직 간호인력이 부족하고 소요되는 예산도 적지 않아 2018년에 대상을 넓힌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사태를 계기로 포괄간호서비스를 조기에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보호자의 간병문화가 병원감염 확산의 주원인으로 드러났고, 간병으로 인한 경제적 시간적 부담이 크다는 점도 새삼 대두됐다. 간병제도의 개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포괄간호서비스제의 조기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포괄간호서비스 도입을 위해서는 우선 간호사 수가 늘어나야 한다. 유휴 간호인력의 활용 등 간호인력 수급대책을 마련하고 소요 예산도 확보한다면 수도권과 상급종합병원으로 제도를 확대할 수 있다. 지난 2년간 시범사업 결과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낙상과 욕창 발생률도 줄어들었다. 한번 이용한 환자는 대부분 재이용 의사를 밝혔다. 환자에게 제공되는 간호서비스의 질도 높아졌다. 관련제도의 정비를 통해 보다 많은 국민이 간병에 대한 부담을 덜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포괄간호서비스의 조기 확대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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