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일본화 차단’전문가 진단
우리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혹독한 경험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연금, 노동분야 구조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대세다. 저출산, 고령화가 일본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연금 재정 고갈, 생산력 감소가 발등의 불이라는 것이다.또 경기침체에 따른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비스, 의료, 관광 등 고부가가치화 된 지식기반산업을 육성해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저출산, 고령화로 청년 생산가능 인구가 줄고, 장수하는 노인인구가 많아지는 한국의 인구구조가 일본과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복지시스템을 갖추자면 연금 재정에 쌓이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향후 연금 재정의 적자를 해결하려면 결국 더 내고, 덜 받는 형식의 뼈를 깎는 연금개혁이 수반돼야 한다.
아울러 인구 고령화와 노동 생산력 감소에 대비해 정년연장이 필요하며,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는 임금피크제 도입, 비정규직 문제 개선 등 노동시장 구조개혁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장기불황에도 기업 구조조정을 외면하는 바람에 값싼 비정규직 근로자 활용만 늘리게 됐고, 전체 일본 산업의 생산성이 정체되면서 잠재성장 능력도 약화됐다는 것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젊은 인력의 인재육성, 직업 및 업무 능력 향상을 소홀히 한 결과 장기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이라며 “한국은 임금피크제와 함께 인력의 생산성과 성과를 정확히 평가하는 인사 시스템을 도입하고, 비정규직 차별을 개선하는 등 강도 높은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려면 제조업 기반의 수출에만 의존하는 형식에서 탈피해 서비스, 의료, 관광 등 지식기반산업을 육성해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제조업의 경우 중국이 값싼 노동력과 기술로 추격을 하고 있어 수출경쟁력을 갖추기가 힘든 상황이다. 또 지금처럼 도소매업이나 음식ㆍ숙박업 중심의 산업구조로는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혁신주도형의 지식기반산업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제언한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우리나라는 금융상품을 하나 개발해도 엄격한 인허가 절차를 거처야 하고, 교육부가 대학 행정에 관여하다보니 학생 선발도 자유롭지 못해 창조적인 인재 육성도 힘든 구조”라며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기반산업을 육성하고, 기업 투자도 활성화 해 내수 부진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화 현상을 막으려면 금리 인하 등 보다 적극적 통화정책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에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원승일 기자/w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