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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정부의 무능’
[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온 나라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메르스 사태에 대응하는 정부와 청와대의 안일한 대응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메르스 사태로 국민들의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면서 체계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국회와의 ‘기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청와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중의 메르스 ‘괴담’보다 오히려 우왕좌왕하면서 뒷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가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는 국민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말들까지 나온다. 

4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새누리당 메르스 비상대책 특위및 전문가 합동 간담회. 최근 메르스사태의 위중함을 감안,김무성 당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과 당내 메르스대책 소속위원 모두가 참석 사태의 심각성을 시사했다. 김무성 당대표가 호흡기전염여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150604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청와대가 보여준 반응은 ‘전광석화’처럼 빨랐다. 청와대에 따르면 그날 밤 이병기 비서실장은 당에 ‘국회법 개정은 안 된다’는 뜻을 전했고 “설령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국회법 개정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까지 전달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1일 국무회의에서 행정 기능 마비 등의 말을 써 가며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정부와 청와대는 메르스 차단에는 늑장 대응으로 일관했다.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 이후 12일이 지나서야 관계장관들이 모였고 대통령이 나선 것은 메르스 사태가 터진 지 보름이 지난 뒤였다. 이미 메르스로 2명이 숨졌고 격리 관찰 대상자는 1300명, 자가격리자는 1200명을 넘어선 뒤였다. 첫 확진 환자가 나왔을 때 보건당국이 내놓은 예방 자료는 “낙타”를 조심하라는 게 다 였다.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예방법이라는 조롱거리가 됐다.

뒤늦게 콘트롤타워가 꾸려지고 범정부차원의 본부가 만들어졌지만 정부 내 메르스 대처법이 제각각이어서 국민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육부는 메르스 감염 예방과 혼란 방지를 위해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휴업을 결정하도록 권고한 데 대해 보건 당국은 “휴업이 의학적으로 옳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4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새누리당 메르스 비상대책 특위및 전문가 합동 간담회. 최근 메르스사태의 위중함을 감안,김무성 당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과 당내 메르스대책 소속위원 모두가 참석 사태의 심각성을 시사했다. 김무성 당대표가 호흡기전염여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150604

메르스 사태에서 나타나고 있는 당ㆍ청 간 엇박자도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메르스 방역 대책을 협의하기 위한 여당의 당정청 회의 개최에 청와대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국회법 갈등으로 불거진 여ㆍ여간 갈등은 메르스 사태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메르스 사태와 국회법 개정안을 연결해 일종의벼랑끝 전술을 쓰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며 “이럴 때 일수록 청와대가 국회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4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새누리당 메르스 비상대책 특위및 전문가 합동 간담회. 최근 메르스사태의 위중함을 감안,김무성 당대표,유승민 원내대표,원유철 정책위의장과 당내 메르스대책 소속위원 모두가 참석 사태의 심각성을 시사했다. 전문가인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의 사태설명에 소속의원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여야는 물론 시민단체들의 메르스 격리, 치료 병원명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정부는 공개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과 병원을 밝히면 병원에 불필요한 ‘낙인’이 찍혀 환자들이 해당 병원을 기피하게 되고, 평소 이용하던 병원을 이용하지 못해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설명은 사실상 국민들의 불안보다는 병원들이 역으로 ‘누명’을 쓰는 상황을 더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와 청와대의 대응이 핵심 정책 결정과정에서 관련 전문가 보다는 군이나 검찰 출신 등 강성 인사가 요직에 배치된 것도 영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위기 상황에서 비즈니스 마인드 같은 유연한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책을 만든 경험보다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에 익숙한 사람들이어서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sr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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