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뒤치다꺼리에 시부모ㆍ친정부모 봉양 등으로 평소보다 더 큰 노력과 비용을 쏟아부어야 했던 5월이 지나자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이 한숨을 돌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
일부 ‘아줌마’들은 벌써 16년째 5월의 마지막 날을 ‘아줌마의 날’로 삼고 그 동안 가족들에 치여 ‘숨죽였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일 주부포털사이트 ‘아줌마 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울 목동에서 열린 제16회 아줌마의 날 행사에 200여명의 아줌마들이 몰렸다.
아줌마의 날은 지난 2005년 일부 주부들이 가정의 달 5월의 마지막 날을 ‘아줌마 자신을 위한 날’로 정하자고 뜻을 모으며 시작된 것으로, 법정 기념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적잖은 주부들이 집에서는 드러내지 못했던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해마다 이 날을 기념하는 것이다.
올해는 가정과 사회의 발전 등을 위해 주체적 역할을 다하자는 의미에서 ‘아줌마 헌장’ 선포식도 열었다.
‘아저씨’가 가정을 이끌기 위해 집 밖에서 고군분투한다면, ‘아줌마’, 매일 집으로 ‘출근’하고 있다. A 씨는 “밤마다 우스갯소리로 ‘이제 퇴근하니 찾지 말아달라’고 하지만, 실상 하루 24시간 식구들을 챙기고 있다”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등은 잊은지 오래”라고 말했다.
주부 B(50ㆍ여) 씨도 “미혼일 땐 남 눈치 안 보고 하고싶은 것, 사고 싶은 것 마음껏 하고 다녔는데 애들을 키우며 내가 제일 뒷전이 됐다”면서 “그래도 내 남편, 내 아이가 밖에서 떳떳하게 다니는 게 좋으니 불만은 없다”고 했다.
내 가족을 위한 자발적인 희생이지만, 그래도 이런 희생을 ‘당연하다’ 여기는 가족들이 야속할 때도 있다. B 씨는 “밥을 해도 항상 버리는 게 더 많아 찬밥을 모아 먹었더니, 딸이 ‘왜 엄만 맨날 궁상맞게 찬밥만 먹냐’고 짜증을 냈다”면서 “밥을 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쓰레기통에 남편이 벌어온 ‘돈’을 버릴 순 없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결혼 2년차 C(34ㆍ여) 씨도 “어느 날 남편이 ‘당신도 아줌마 다 됐네’라고 했을 때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면서 “당연히 미혼일 때보다 나에 대한 시간적ㆍ물질적 투자가 다른데 똑같길 기대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아줌마닷컴 관계자는 “세상엔 남성, 여성, 아줌마가 있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아줌마는 억척스런 이미지”라며 “아줌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여성이고 엄마이며, 부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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