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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이종덕]당신의‘레드’는 어떤 의미입니까
두 세가지 색으로 윤곽선이 뚜렷하지 않은 직사각형 색 덩어리를 상하로 배치해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우는 그의 작품 앞에서는 누구나 압도당한다. 그의 그림을 본 관람객의 20~30%는 그의 작품 앞에서 운다.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5월 한달 동안 공연하는 연극 <레드>의 주인공이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마크 로스코展>의 작가 ‘마크 로스코’에 대한 이야기다.

색의 강렬함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표현한 위대한 작가의 작품 앞에 서니 머릿속이 생각으로 꽉 차는 듯하면서도 마음이 경건해지기도 하고, 심난해지기도 했다. 작품 관람 후에도 한동안 그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 또한 그처럼 어둠의 디오니소스에 빠진 것일까.

로스코는 비극, 황홀경, 운명 같은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 생생한 날 것과 같은 근원적이고 복잡한 감정을 아주 단순한 구조와 강렬한 색으로 표현했다. 관람객들은 단순한 형식에서 깊이 있는 내면의 해석을 이끌어내는 그의 작품 앞에 멈춰 서 그가 건네는 ‘위로’를 느끼고, 이를 통해 ‘치유의 과정’을 경험한다.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어떠한 개입도 원치 않았던 작가는 관람객이 온전히 그가 전하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도록 작품을 통해 그 형식까지 만들어냈다.

그 누구보다 소통을 원했던 작가, 마크 로스코가 심취한 것은 ‘니체’의 철학이었다. 니체가 쓴 <비극의 탄생>에 빠져들면서 로스코의 색 덩어리는 더욱 짙어지고, 어두워졌다. 캔버스를 채웠던 강렬한 색은 짙은 어둠의 색으로 바뀌어 죽기 전의 그를 지배했다. 디오니소스적인 죽음과 어둠에 빠진 그는 삶에서도 사랑하는 이들과 불화를 겪으며 관계를 회복하지 못했다. 소통을 중요시했던 그에게는 치명적이었을 관계의 실패가 그를 더욱 심연으로 몰고 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죽기 전 남긴 마지막 작품은 그가 전성기였을 때 그의 화폭을 채운 붉은색으로 가득 찬 ‘레드’였다.

생생한 날 것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붉은색 캔버스 앞에 서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여 한동안 꼼짝 않고 그 작품만을 응시했다. 삶이 충만했던 시절이었기에 느꼈을 비극의 감정 그리고 절정의 희열을 더 이상 느끼지 못했을 어둠의 심연에 빠진 그는 무엇을 보고, 느꼈기에 이토록 생생하고, 강렬한 색을 남기고 떠난 것일까. 전성기 시절의 자신이 아님을 자각하며 어둠의 끝에 다다라서야 그가 느낀 삶의 생생함은 붉은 피의 색이었다. 황홀하면서도 처참한 그 색이 가져다주는 떨림이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가 건네는 ‘레드’의 선명함은 칼과 같은 날카로움으로 나의 심장을 파고든다.

1ㆍ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겪었고, 유대인으로서 탄압도 받았으며 20세기 초의 가장 힘들었던 상황을 껴안고 살았던 마크 로스코는 그의 삶 자체가 작품이었고, 작품이 곧 그의 삶이었다.

로스코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의 주인공 ‘비비안 마이어’가 생각난다. 로스코와 비비안 마이어 둘 모두의 작품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온기가 담겨있다. 우리가 언젠가 삶을 살아가며 느꼈을 고통의 감정이 그들의 작품에도 똑같이 서려있다.

자신의 상처를 이토록 선명하게 남긴 로스코의 작품은 내 안에 있는 생채기를 어루만진다. 그리고 묻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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