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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난에 30대 ‘캥거루족’ 확 늘었다…60대 절반 자녀와 동거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사상 최악 취업난에 부모 집에 얹혀살거나 경제적 의존을 끊지 못하는 30대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 

‘애 어른’ 같은 자녀들을 돌봐야 하는 부모들은 “자식들이 우리보다 잘 살기 어렵다”는 생각에 아낌없이 퍼준다. 자신들의 노후는 돌볼틈이 없다.

서울시가 최근 공개한 ‘서울시민이 희망하는 노후 생활’ 통계에 따르면 60세 이상 서울 시민의 45.2%는 자녀와 동거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60세 이상 서울 시민 2명 중 1명은 성인이 된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이유로는 60세 이상 부모들의 39.7%가 ‘경제적, 건강상 이유로 자녀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해서’라고 답했다. 

‘손자녀 양육과 자녀 가사 지원을 위해서’라고 답한 6.8%를 포함하면 60세 이상 부모들 중 절반에 가까운 46.5%가 자녀를 ‘모시기위해’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서울 소재 대학을 나왔지만 최악의 취업난 속에 일자리를 얻지 못한 A(32)씨는 캥거루족이다.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으며 종종 ‘아빠 차’를 몰고 나가기도 한다. A씨는 간간이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며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경제적ㆍ정신적으로 모두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A씨에게 결혼은 아직 먼 나라 이야기다.

30살이 다된 직장인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한 50대 주부는 “아들이 이제 갓 취직해 모아놓은 돈이 하나도 없다”며 “결혼자금 등을 모으려면 부지런히 벌어야 하기 때문에 생활비 등을 모두 대주고 있고 자동차도 필요하면 남편의 차를 내준다”고 말했다.

자녀 뒷바라지 하는 사이에 노후를 돌볼 틈은 없다.

취업준비생 혹은 갖 취업한 직장인을 둔 부모 세대의 상당수는 1950년대 중반에서 6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다. 약 710만 명으로 추산되는 이들 중 상당수가 노후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파악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년층에 진입할 경우 이미 46.8%에 이르는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이 더 높아질 것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모들은 독립하지 못한 자녀를 책임지고 있지만 자녀들의 부모 부양에 대한 책임 의식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노후보장을 위한 가족, 정부, 사회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의 노후를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의견은 2002년 70.7%에서 2014년 31.7%로 절반이상 감소했다.

김희삼 KDI 재정ㆍ복지정책 연구위원은 “부모 세대는 자녀를 독립적 주체로 보지 못하고, 자신들의 노후대비 보다는 자식 교육에 모든 걸 쏟는 성향이 있는 반면 젊은 세대는 각 개인의 책임을 중요시하는 나름의 합리적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의 부모들은 자신들의 부모를 모신 마지막 세대이면서 자신들은 자녀로부터 부양받지 못하는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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