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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의 이름으로 ‘오늘’을 발언하다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세계 최대, 최고의 미술축제인 ‘제 56회 베니스비엔날레’가 아드리아해의 중세도시 베니스에서 화려하게 개막했다.

공식 개막식과 시상식은 9일(현지시간)이지만 프리뷰 전시를 통해 작품들은 모두 공개된 상태다. 총 53개국에서 136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했으며, 그 중 89명은 베니스비엔날레에 처음으로 참가하는 작가들이다. 전시는 11월 22일까지 6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이어진다.

국가관 전시와 본전시 이외에도 병렬전시와 기타 전시들이 위성 행사로 베니스 곳곳에서 열린다. 모든 작품을 꼼꼼히 다 보려면 족히 한달은 걸릴 정도로, 작품 수가 많고, 집중을 필요로 하는 작품들도 많다. 심지어 상영시간 2시간이 넘는 비디오 작품도 있다.

이번 베니스비엔날레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3대 주요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세르비아관 전시 전경. 이반 그루바노프(Ivan Grubanov)의 작품 ‘United Dead Nations’.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pm

1. 미술, 혁명구호가 되다

이번 베니스비엔날레는 지금 여기 우리들의 삶 속에 미술이 존재해야 한다는 데에서 출발했다. 전시 총감독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는 미술이 현실과 동떨어진 죽은 언어가 아닌, ‘오늘’을 발언하는 살아있는 언어임을 증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직접 화법으로 현실발언에 나섰다. 그래서인지 전시에 나온 미술 작품들은 저마다 거친 숨소리를 낸다.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영국의 아이작 줄리앙(Isaac Julien)은 비디오와 퍼포먼스로 자본주의를 도발하고 나섰다. 자르디니 공원 내 이탈리아관 무대에서 배우들이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낭독하게 했고, 비디오 설치 작품은 아예 ‘Kapital(2013)’을 타이틀로 내걸었다. “Free the free market”이라는 구호를 내건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리크리트 티라바니야 작가의 드로잉.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pm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뉴욕, 베를린, 치앙마이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리크리트 티라바니야(Rirkrit Tiravanija)는 각국의 시위 현장을 담은 ‘Demonstration Drawings(2015)’ 연작을 선보였다. 다문화 정체성을 바탕으로 공동체 문제를 제기하는 이 작가가 내놓은 드로잉은 기록화에 가깝다.

예술의 도구성만을 과도하게 부각시켰다는 점은 이번 비엔날레의 한계로 지적된다. 현실 발언에 치중한 나머지 전시는 다소 피로감을 준다. 본전시 장소인 아르세날레관 초입에서부터 각종 전쟁무기들이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아르세날레 자체가 과거 베니스의 국영조선소와 병기창으로 쓰였던 곳이다.

검은색 휘장을 무시무시하게 늘어뜨린 이탈리아관이나, 짓밟히고 찢긴 국기들이 나뒹구는 세르비아관도 비슷한 중압감을 준다.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2인의 배우들이 낭독하는 아이작 줄리앙의 무대 퍼포먼스.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pm

2. 비엔날레 같은 영화제, 영화제 같은 비엔날레

비디오라는 매체가 순수미술과 상업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IT가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은 추세다.

이번 베니스비엔날레는 영화제를 방불케 할 만큼 영상 작품들이 압도적인 수를 차지했다. 이러다가 베니스비엔날레와 베니스영화제를 합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일단 한국관의 문경원, 전준호 작가를 포함, 본 전시에 초청된 남화연, 임흥순 작가가 모두 영상을 들고 나왔다. 특히 95분짜리 장편영화를 들고 나온 임흥순 작가는 그동안 주로 영화제를 통해 이름을 알려왔던 영화감독 출신이다. 문경원, 전준호 작가 역시 작업 현장에서 호칭은 ‘감독님’이다. 

존 아캄프라의 작품 ‘Vertigo Sea(2015)’. 영화관같은 전시관을 연출했다.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pm

가나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존 아캄프라(John Akomfrah)도 1980년대부터 영화를 통해 흑인 인권 문제를 다루어온 작가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비디오 설치 작품의 상영시간은 총 48분 30초. 암전된 전시실에서 관람객들은 바닥에 앉거나 아예 드러누운 채로 작품을 감상한다.

2013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이탈리아 다큐멘터리 영화 ‘사크로 GRA’가 받은 것이나, 2014년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스웨덴 감독 로이 안데르손이 조각가이기도 한 사실을 보아도,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 머리로 읽는 한국관, 가슴으로 느끼는 일본관

한ㆍ일 경쟁은 미술분야에서도 이어졌다. 특히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 전시가 열리는 자르디니 내에서 한국관과 일본관은 나란히 위치해 있어 경쟁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다. 

일본관 작가인 치하루 시오타의 설치작품을 아이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pm

이번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관과 일본관은 서로 상반된 스타일의 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한국관은 ‘축지법과 비행술’이라는 주제로 뇌과학 분야의 가설을 도입, 다양한 암시와 상징의 해석을 유도하는 반면, 일본관은 붉은 실과 열쇠, 낡은 조각배를 이용한 대형 설치작품으로 압도적인 비주얼을 선사하면서 동시에 서정적인 심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전자가 머리로 읽는 전시라면, 후자는 가슴으로 느끼는 전시라는 것.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본전시가 열리는 아르세날레관이다. 과거에는 국영조선소이자 병기창으로 쓰였다.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pm

양쪽 국가관 모두 “우리 전시가 최고라는 평을 받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국관 커미셔너인 이숙경씨는 “팔레 드 도쿄 관장으로부터 최고의 국가관(Top pavillion)이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amigo@heraldcorp.c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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