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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물인터넷은 립스틱으로부터 나왔다”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1990년대말 내 첫 직업은 P&G에서 색조화장품의 브랜드 매니저였다. 각 매장의 립스틱 재고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발명한 개념이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었다.”

사물인터넷의 개념 및 용어의 창안자로 잘 알려진 영국 출신의 기술공학자이자 작가인 케빈 애시턴이 21일 LG CNS의 초청으로 방한해 강연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서 업계 및 학계 주요 관계자 1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IT 컨퍼런스 ‘엔트루 월드(Entrue World) 2015’에서 케빈 애시턴은 기조연설을 통해 IoT의 개념과 발전사를 소개하고 IoT시대의 기업 대응 전략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케빈 애시턴은 자신이 과거 근무하던 생활용품제조 및 유통회사 P&G에서 IoT에 대한 개념을 고안하게 된 사연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사물인터넷, 립스틱으로부터 태어나다


“당시 인기품목이었던 특정 색깔의 립스틱을 일부 매장에서 사는 게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있었다. 내 업무는 간단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시점에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립스틱 재고는 충분했는데 왜 특정 매장에서 사는 것이 왜 어려울까 생각하다가 답을 찾았다. 해당 매장에서는 재고 정보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보의 단절로 생긴 일이었다. 나는 IT 기술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매장 내에 센서(RFID, 전자태그)를 부착하는 것이 해결책이었다. IT가 아니고 소비재 기업인 P&G의 고위임원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고안해낸 개념이 사물인터넷이었다. ”

케빈 애시턴은 “1990년대말에 일부 사람들은 컴퓨터 기능을 다른 사물에 탑재하는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며 “당시‘사물(things)’은 컴퓨터가 아닌 모든 것들을 통칭하는 단어였다”고 부연했다. 또 “립스틱에서 어떻게 사물인터넷으로 옮겨갈 수 있느냐 의아할 수도 있지만, 해결해야할 실질적인 문제가 있을 때 획기적인 신기술이 개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IoT 시장에서 강력한 지위를 가진 한국, 자율주행차 분야를 주목할만하다

케빈 애시턴은 글로벌 IoT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한국은 글로벌 IoT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글로벌 기술 시장에 참여하는 시점에서 IoT시장이 대두했고, 한국은 이미 IT 산업부터 우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PC혁명이나 인터넷 혁명 때 동참하지 못했던 브라질 터키 인도 중국도 글로벌 IoT 시장에 합류하고 있는데, 이들에 비해 한국은 가전, 인터넷 등에서 강력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첨단 기술 인력과 첨단 기술을 소비하는 사용자들도 풍부하다. 한국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높은 위상을 갖고 있다”

이어 케빈 애시턴은 “한국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한국인들이 구글이나 시스코 등 글로벌 기업들을 대단하다고 여긴다는 것인데, 사실 이들 성공한 기업들은 검색이나 라우터 등 자신들이 이미 잘 할 수 있는 기술에 도취돼 미래 기술 개발에 소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미래의 기술 개발에 주저함도 거리낌도 없어 오히려 유리하다”고도 했다.

한국은 IoT 산업에서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그는 “자율 주행 자동차 기술이 IoT에서도전체 판도를 좌우할 분야가 될 것”이라며 한국은 전기 전자 자동차 산업 모두에서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시장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데 유리하고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컴퓨터는 사라지고 스마트폰은 전혀 다른 기기가 될 것

사물인터넷과 사물인터넷 이후의 기술에 대한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산업을 제외한 개인 사물인터넷 분야의 대표적인 기기로 꼽히는 스마트폰이 향후에는 전혀 다른 형태와 전혀 다른 이름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하루 다섯시간 이용 한다면 그 중 전화(통화) 기능은 이십 몇 분 정도, 전체의 5~6%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이라고 부르지만 ‘폰’은 사실 여러 개의 앱 중에 하나일 뿐이다. 스마트폰이라는 이름 자체도 바뀔 가능성이 높다. 사물인터넷 관점에서 보면 스마트폰은 인터페이스 기기이며 센서 플랫폼인데, 웨어러블이 보편화되면 스마트폰 에 탑재됐던 센서들은 우리 몸의 다른 부위로 이동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가상현실에 있어 스크린의 기능이 없어지고 이미지가 안구에 직접 투영되는 기술이 개발되면 스마트폰은 완전히 다르게 변할 수도 있다. 가깝게는 15년 후 정도면 우리가 알고 있는 스마트폰과는 전혀 다른 형태와 다른 이름의 기기가 나올 것이다”



▲IoT 이후는 새로운 우주의 시대

IoT 이후는 컴퓨터의 소멸과 우주 통신 및 외계 생명체 탐험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컴퓨터는 더 소형화돼 소멸상태에 이를 것이다. 가상현실의 개념도 바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눈으로 시각정보를 받아들여서 뇌에 전달했지만, 이제는 뇌에 직접 자극받고 눈 앞에 가상현실을 펼쳐주는 역발상도 가능하다. 원격 센싱과 자율 주행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주 탐험의 가능성도 높아졌다. 태양계 뿐 아니라 그 바깥에도 무인 우주선을 보내서 센서로 외계를 감지하고 무선주파수 통해서 전송받으면 앞으로 10~20년 뒤엔 외계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인류엔 파격적이고 파괴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 이제까지 인간은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지구가 공전하는 태양계와 은하계 중심의 사고를 가져왔다면 미래에는 지구 건너면 우리와 같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고가 보편화될 지도 모른다. 우리의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이들이 마주하는 세계는 우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될 지도 모른다”

올해 ‘엔트루 월드 2015’ 기조연설자로 초빙된 케빈 애시턴은 P&G 근무 당시 사물인터넷의 개념을 고안해낸 이후 지난 1999년 미국 MIT 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벨킨에서 홈 오토메이션 플랫폼 ‘위모(WeMo)’를 개발하기도 했다. 벨킨의 청정기술사업 총책임자였으며, 청정기술의 핵심 시스템인 스마트에너지 그리드와 선진 계량에 동력을 제공하는 센서 기반 기술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현재는 작가와 강연자로 활동 중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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