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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아미의 아!美] 철조망에 핀 예술, 언젠간 유물이 되기를…

  • 기사입력 2015-04-1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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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민통선(민간인통제구역) 철책선에 하얀색 푯말이 서 있습니다. 앞쪽도 뒷쪽도 똑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물음표가 없습니다. 대답을 들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서로가 대답없는 질문을 던집니다. 모두 안녕하신지 말입니다. 유영호 작가의 작품 ‘안녕하십니까’입니다. 
유영호 ‘안녕하십니까’

민통선 철책선에서 미술작품 기획전시가 열렸습니다. ‘the LINE’이라는 이름의 이 전시는 올해로 3회째를 맞이했습니다. 
한성필 ‘Faction’

임진강 흐르는 파주 통일대교입구부터 초평도 습지까지 ‘에코뮤지엄길’이 조성돼 있는데요. 말이 생태탐방길이지 민간인은 한달에 한번 밖에 들어올 수 없는 곳입니다. 경기관광공사에서 매월 넷째주 일요일에 ‘DMZ 자전거 투어’를 여는데, 미리 신청한 사람들만 이 곳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전시 작품도 한달에 한번밖에 공개되지 않고요. 그나마도 전시관람 예약이 꽉 찬 상태라고 하더군요. 
임도원 ‘바램, 바람’

이번 전시에는 유영호 작가를 포함, 한성필, 김지현, 나점수, 노준, 류신정, 박선기, 임도원 등 총 8명의 작가가 참여했습니다.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던 지난주 금요일, 한성필 작가의 전시 오프닝 초대로 작품들을 먼저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미술인들을 포함, 많은 문화 예술인들이 참석했는데요. 이 중에는 만화 작가 박소희씨도 있었습니다. 인기 만화 ‘궁(宮)’을 쓴 바로 그 작가입니다. 순수미술 분야에도 관심이 많은 박소희 작가는 지금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이 천재 미술소년에 대한 이야기라며 살짝 귀뜸해주더군요. 
박선기 ‘사랑의 동반자’

이들과 함께 DMZ와 미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1㎞ 정도를 천천히 걷다 보니 올해 전시 작품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관람객들에게 인사하는 작품이 유영호 작가의 ‘안녕하십니까’입니다. 
나점수 ‘화해’

그 옆엔 박선기 작가의 ‘사랑의 동반자’가 있습니다. 서로 손을 맞잡은 남북한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입니다. 아이들은 아직은 쑥쓰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수줍은 모습입니다만, 통일된 땅에서 이 아이들은 금세 친구가 될 수 있겠지요.

나점수 작가의 ‘화해’는 맞잡은 손을 부각시킨 작품입니다. 1945와 2015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해방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져왔던 분단의 역사를 끝내고 통일된 한반도를 기념하는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김지현 ‘No more, No more’

한성필 작가는 가림막 작업을 철조망에 펼쳐보였습니다. 이 가림막에는 익숙한 장면이 프린트 돼 있는데요. 바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북한 장교를 연기한 배우 송강호는 뒷짐을 지고 있고, 한국 병사를 연기한 이병헌이 손을 내밀고 있는 장면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 공동경비구역의 이미지는 실은 남양주 종합촬영소에 있는 JSA 세트장이었다는 사실, 다들 알고 계셨나요. 그러니까, 우리는 분단의 현실을 대중문화를 통해 소비하고 있는 겁니다. 사실 우리는 공동경비구역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분위기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거죠. 실제 공동경비구역이 아닌 세트장을 촬영한 가림막을 통해 한성필 작가는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노준 ‘clo와 친구들 face’

고백하자면, 기자 역시 그동안 민통선 철조망 너머가 바로 비무장지대, DMZ인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실은 DMZ는 철책선 너머, 또 산 하나를 더 넘어야 있는데 말이죠. 분단 현실에 무지한 우리들에게 여전히 통일은 먼 얘기인가 싶기도 합니다.

김지현 작가의 작품에선 이러한 현실이 조금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인간의 형상이 부조로 새겨진 작품인데요. 절단된 신체, 늪에 빠진 듯 허우적대는 인간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류신정 ‘보이는 소리’

그러나 노준 작가는 동화속에서 튀어나온 듯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로 조금 다르게 말합니다. 무겁지 말라고, 통일은 즐거워야 한다고 말입니다.

류신정 작가 역시 통일에 대한 희망을 붙들어 놓았습니다. 촉수를 가진 외계 생명체 갖기도 하고, 씨앗을 품은 꽃 같기도 한 작품인데요. 무엇을 형상화했던, 철조망에 절대 떨어지지 않을 기세로 단단히 붙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임도원 작가의 작품이 많은 이야기를 해줍니다. 작품 이름은 ‘바램, 바람’ 입니다. 바램은 바라다의 명사형 ‘바람’을 뜻하고, 바람은 말 그대로 철조망을 넘어 불어오는 바람입니다. 바램과 바람이 중의적인 의미로 뒤섞여 있습니다. 플라스틱 조각들을 모빌처럼 이어붙여 바람이 불어 올 때마다 흔들립니다. 처연한 소리도 나즈막히 들립니다. 바램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올해 작품들로만 전시가 끝나진 않습니다. 산책길을 따라 안쪽으로 계속 걸어 들어가면 지난해, 지지난해 작품들이 그대로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니까요. 모양은 손상됐고 색은 바랬지만 시간의 켜가 쌓인 작품들이 말해줍니다. 통일 한반도의 유물이 될 그 날, 기다리고 있다고 말입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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