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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승희의 이 장면&이 대사] ‘K팝스타4’ 오디션 새 역사 쓴 이진아가 보여준 방송의 힘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등장부터 인상적이었던 이진아의 ‘K팝스타4’ 입성기가 톱3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K팝스타4’ 사상 유례없던 인디뮤지션의 오디션 입성기는 마지막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썼다.

이진아는 지난 5일 방송된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4(이하 K팝스타4)’에서 정승환 케이티김과 세미파이널 무대를 꾸민 뒤, 담담히 무대를 떠났다. ‘반전 없는 탈락’이었다. ‘K팝스타4’의 열혈 시청자인 배우 조재현이 ‘결승엔 정승환과 케이티킴이 올라간다’(SBS ‘아빠를 부탁해’ 중)고 점찍었던 것처럼 그간 ‘K팝스타’를 돌아본다면 이진아의 ‘오디션 탈락’은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다. 도리어 톱3의 진출이 기적에 가까웠다.

이 프로그램은 가요계를 대표하는 3대 기획사, SMㆍYGㆍJYP 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심사위원들이 각사의 색에 맞춰 비주얼과 가창력을 두루 갖춘 나이 어린 미래의 유망주를 찾아왔다. 3사의 색깔이 고스란히 투영된 인재 양성 프로젝트와 다름없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다 지난 시즌3부터 안테나 뮤직의 유희열을 새로운 심사위원으로 영입했다. 스스로를 ‘동네빵집’으로 자처했던 유희열의 영입으로 나타난 ‘K팝스타’의 차별점은 놀랍도록 뛰어난 기량을 갖췄지만 천편일률적인 오디션 참가자들의 다양성을 넓힌다는 점이었다. 이번 시즌4에서 변화가 두드러졌다. 심사위원 유희열을 보고 도전한 아티스트형 참가자가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이진아의 등장은 프로그램에 나타난 이 같은 변화를 감안한다면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참가자와는 전혀 다른 색깔을 가진 출연자가 톱3까지 올라간 것은 양현석의 이야기처럼 “역사적인 일”이었다. 화려한 기량의 재즈 피아노, 음악에 대한 이해가 떨어질수록 심사위원의 극찬이 불편하기만 한 작ㆍ편곡 역량,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유희열)는 이야기처럼 대중적이지 않은 보컬을 가진 싱어송라이터가 지상파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드러내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비범한 아티스트를 발굴한 ‘방송의 힘’은 대단했다. 이진아는 지난 5개월 동안 ‘시간아 천천히’, ‘냠냠냠’, ‘겨울부자’, ‘마음대로’, ‘두근두근 왈츠’ 등의 자작곡을 선보였고, 방송 이후면 네이버 TV캐스트에서 각 무대의 영상마다 200만뷰 달성의 진기록을 세웠다. 싱어송라이터 이진아가 대중에게 다가설 수 있던 요인 중 하나가 ‘슈퍼스타K’와 함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양대 오디션 프로그램인 ‘K팝스타4’ 심사위원들의 탁구 게임같은 극찬이 방송 내내 흘러나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이진아의 톱3 진출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역사였고, 이날 방송에서 이진아와 자신의 자작곡 ‘시간아 천천히’를 부를 때 보컬 이후 등장한 세련된 재즈 피아노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터져나오는 관객들의 탄성은 장관이었다. 역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틀어 가장 풍성한 음악성을 지녔으며, 2013년 정규 1집 앨범을 발표한 뮤지션이면서도 주목받지 못한 여성 싱어송라이터는 방송의 힘을 통해 대중의 곁에 다가서게 됐다.

이진아의 등장이 무엇보다 의미있었던 것은 변화의 조짐이었다. 인상깊게도 K-팝스타를 만들어내는 두 기획사의 수장(양현석 박진영)은 이진아를 통해 인디 음악과 메이저 음악의 경계는 이미 허물어졌으며 그것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물론 이진아와 같은 독특하고 뛰어난 뮤지션이 대한민국에 흔한 것은 아니다. 박진영은 “이진아가 나온 이후 인디에 이런 가수들이 많다며 추천이 많이 들어왔다. 다 들어봤는데 재즈와 함께 소울 그루브를 함께 가지고 있는 가수는 없었다”고 했다. 이진아의 발굴은 ‘K팝스타4’뿐만 아니라 우리 대중음악계의 수확인 셈이었다.

그 매개체가 천편일률적인 보여주기에 치중하는 방송음악을 뚫고 나온 성과라는 점 역시 의미있다. “음악은 ‘취향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창구는 TV수상기를 넘어 다변화됐지만, 그럼에도 여전한 파괴력을 지닌 방송을 통하자 낯선 음악도 서서히 설득력을 갖추게 됐다.

때문에 이진아의 마지막은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했던 출연자들은 한 편의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것은 대체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가장 잔혹한 경험이었으나, 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이진아의 비범함은 공공재를 통해 끊임없이 같은 음악만을 소비해야했던 대중에겐 새로운 취향의 발견이 됐다. 물론 그것이 대국민적인 관심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이진아를 내내 아꼈던 심사위원 유희열은 “이진아는 첫 번째 심사평에서 이야기했듯 제가 평생 꿈속에서만 그리던 여성 뮤지션이었다. 같이 걸어갈 수 있는 후배이자, 동행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난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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