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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빛처럼 오묘한…두번째 소리달이 차올랐다
정규앨범‘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로 돌아온 에스닉밴드‘ 두번째달’
6인 멤버 재결합 10년만에 만든 ‘음악소통’
춘향가 차용 ‘사랑가’ 소리꾼과 콜라보 이채

음악여행하듯 세계 민속음악 재해석
‘타키…’ ‘두개의 길’등 13곡 독특한 매력가득


지난 12일 오후 6시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소극장. 리허설 무대에 선 6명의 연주자들은 서로 눈빛을 한 번 마주친 뒤 악기로 손을 옮겼다. 역동적인 리듬 연주 위에 바이올린의 화려한 음색을 뒤따랐다. 여기에 경쾌한 밴조의 음색이 더해지자 소극장은 이국적인 선율의 울림으로 가득 찼다. 이 낯선 선율은 마치 처음 방문한 여행지에서 느낄 법한 설렘의 감정을 이끌어 냈다. 밴드 두번째달의 음악은 그런 음악이다.

밴드 두번째달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교동 KT&G상상마당에서 정규2집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발표 기념 콘서트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멤버 최진경(키보드ㆍ아코디언), 조윤정(바이올린), 이영훈(기타), 김현보(기타ㆍ만돌린), 박진우베이스), 백선열(드럼ㆍ퍼커션).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두번째달이 정규 2집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를 발표했다. 10년 전 데뷔 앨범 ‘세컨드 문’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올해의 신인’,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음반’ 3관왕을 차지하며 음악계를 뒤집어 놓은 지 무려 10년 만에 내놓는 정규작이다. 기약없이 기다리게 만들다가 슬그머니 돌아와 내놓는 앨범의 타이틀이 멋쩍은 인사 같지만 그 내용물이 만만치 않다. 두번째달의 멤버 김현보(기타ㆍ만돌린), 박진우(베이스), 최진경(키보드ㆍ아코디언), 백선열(드럼ㆍ퍼커션), 조윤정(바이올린), 이영훈(기타)과 이번 앨범에 참여한 소리꾼 이봉근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김현보는 “1집이 발매된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많은 수록곡들이 방송의 배경음악으로 사랑받는 모습을 보고, 그 곡들을 방치하는 것은 곡에 대한 예의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가 만들어 연주한 곡인만큼 우리가 다시 모여 곡들을 되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다시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두번째달은 지난 2004년 MBC 드라마 ‘아일랜드’에 배경음악으로 삽입된 ‘서쪽 하늘에’로 주목을 받은 데 이어 이듬해 데뷔앨범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두번째달이 아이리시 휘슬, 만돌린 등 생소한 악기로 쏟아내는 선율은 이국적이되 낯설지 않았다. 세계 각국의 민속 음악을 친근한 방식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세상을 펼쳐 놓았던 두번째달은 연주곡을 들려주는 밴드로선 이례적으로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달이 가득 차면 기울 듯 이 행보는 오래가지 못했다. 멤버들 간의 음악적 견해차는 두번째달을 아일랜드 민속 음악에 집중하는 바드와 두번째달의 색깔을 잇는 앨리스 인 네버랜드로 나눴다. 멤버들을 다시 두번째달로 차오르게 만든 것은 한 통의 전화였다.

김현보는 “바드에서 탈퇴한 뒤 개인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던 중 앨리스 인 네버랜드의 기타리스트가 공석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오랜 만에 멤버들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고, 그것이 두번째달의 새로운 시작이 됐다”고 설명했다.

두번째달은 지난 2012년 7년 만의 신곡인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를 디지털 싱글로 공개하며 다시 떠올랐다. 음악으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돌아온 두번째달은 슬그머니 우리 음악에 눈을 돌렸다. 두번째달은 지난해 7월 국립극장에서 펼쳐진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밴드 고래야와 합동 공연 ‘달에 사는 고래’를 벌여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 공연은 같은 해 10월 서울 정동극장에서 소리꾼 이봉근이 노래를 부르고 두번째달이 고수를 맡아 판소리 ‘춘향가’를 재해석하는 무대 ‘소리달 완창 프로젝트1-나비의 꿈’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물이 ‘춘향가’의 한 대목을 차용해 만들어 이번 앨범에 실은 ‘사랑가’이다.

이봉근은 “1집의 ‘얼음연못’ 같은 곡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두번째달의 음악에는 곳곳에서 한국적인 정서가 묻어난다”며 “판소리는 다소 강해서 듣기에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은데, ‘사랑가’를 만들 때엔 사랑스럽게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고 마치 모든 준비를 마치고 기다렸다는 듯이 매우 빠르게 작업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에는 ‘사랑가’를 비롯해 집시 풍의 연주로 흥을 더한 ‘구슬은 이미 던져 졌다’, 남인도 지역의 구음 장단이라는 ‘콘나콜’을 퓨전재즈 풍의 연주와 결합한 곡 ‘타키타타키타다디게나도’, 여정을 엿보는 듯한 두근거림을 선사하는 ‘두개의 길’과 ‘달리는 비행기’, 고국 아일랜드로 돌아간 원년 멤버 린다 컬린이 직접 만들어 보내온 곡 ‘페이퍼 보트’ 등 13곡이 실려 있다.

김현보는 “1집에는 멤버들 간에 공감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실은 곡이 많았는데, 이번 앨범을 제작할 때엔 일찍부터 멤버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는 등 소통이 잘 이뤄졌다”며 “대중에게 두번째달의 음악은 익숙하지만 정작 두번째달이란 이름은 생소한 것이 우리의 고민인데, 이를 극복해나가는 것이 숙제”라고 전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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