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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하지 않은 여자들’ 인생의 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누구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들이 있다. 특히 별로 좋지 않았던 상황을 경험했다면 그 순간들이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보는 건 남의 인생이라도 들여다볼만한 가치가 있다.

KBS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3대에 걸친 여자들이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을 겪으면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며 자기 정체성을 발견해나가는지를 담고있다. 사랑과 성공, 행복 찾기 등 인간이 무엇으로 살아가는가에 대한 대답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대 강순옥(김혜자)은 남편(이순재)이 불륜녀 장모란(장미희)과 바람이 나 평생 외롭게 살았다. 2대 김현숙(채시라)은 어른들의 보수적인 사고관에 의해 고등학교를 그만두게 되면서 열등감속에 인생을 살아왔다. 김현숙의 언니인 김현정(도지원)은 남들이 선망하는 커리어우먼인 방송사 앵커라는 직업을 가졌으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젊은 후배에게 자리를 놓치고 만다. 

인생의 힘들었던 순간을 잘 넘겨야 성장하고 발전한다. KBS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3대에 걸친 여자들이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을 겪고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보여주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숙의 딸인 3대 정마리(이하나)는 우등생, 모범생으로 자라 최연소 박사로 대학교수가 돼 낭만적인 야외 자장면 수업을 진행하지만, 뉴스에서 “학생들에게 공짜로 자장면을 제공하고, 수강생을 모으기 위해 A+ 학점을 그저 주는 교수’로 보도되면서, 수업이 폐강되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처럼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인물들은 외부적인 환경 변화에 의해 삶이 망가졌다. 하지만 오래된 일도 여전히 현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서서히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김혜자는 처음 만난 장미희에게 ‘분노의 점프킥’을 날려 시청자를놀라게 하고, 자신의 남편이 장미희에게 준 반지는 20만원도 안되는 큐빅인 반면, 자신에게 선물한 반지는 5천만원이나 하는 다이아몬드 반지라고 꾸며 질투심을 유발하고 자존심을 유지한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장미희와 같은 집에 살면서 연민의 정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인생의 힘들었던 순간을 잘 넘겨야 성장하고 발전한다. KBS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3대에 걸친 여자들이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을 겪고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보여주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80년대 고교생이었던 김현숙(채시라)은 레이프 가렛 공연을 보러간

극성팬으로 신문에 사진이 나면서 나현애 선생(서이숙)에게 찍혀 퇴학을 당하게 된다. 그것은 그녀의 인생을 내내 괴롭혔다. 불법 도박과 투자 실패로 자살까지 생각하게 됐고, 과거 울화가 여전히 삭여지지 않았다. 결국 퇴학무효신청탄원서를 내고 공청회를 열었지만, 나현애 선생의 반론이 만만치 않다.

사실 현숙은 잘못한 게 없다. 여고생이 미국 유명가수의 내한공연을 본 순간 열광한 게 잘못일 리 없다. 기껏해야 ‘빠순이’ 정도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당시 기성세대에게는 광란과 일탈로 여겨졌다. 젊은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문화적 욕구가 억눌렸던 시대였다.

청소년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열정이고,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꿈과 의욕이었지만 기성세대가 이를 잘 키워주지 못하고 왜곡된 시선으로 그 싹을 잘라버리는 경우는 지금이나 그때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당시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시각 차이와 상처받은 인생들의 모습들을 잘 담고있다. 중요한 시기의 상처를 어떻게 어루만질지를 기대하면서 보게된다. 김인영 작가는 세대간 이해되지 않는 면을 때로는 돌직구로, 때로는 디테일로 섬세하게 녹여내고 있다.

채시라는 자신의 캐릭터가 어떻게 발전해나갈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숙은 고교때 선생님때문에 찍혀 학교를 떠났기 때문에 평생 한이 맺혀있다. 우등생 언니와 비교당하면서 콤플렉스를 키워왔다. 하지만 평생 남을 원망하고 있다고 해서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결국 남탓만 할 게 아니라, 나 자신이 인정할 건 인정하고, 내 안에서 용서할 건 용서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수긍하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을때 ‘그게 다가 아니었구나’하면서 새롭게 설 수 있을 때가 아마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채시라 뿐만 아니라 김혜자, 도지원, 이하나도 자신의 상황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인정하고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착한 여자들’이 돼 자신을 사랑하게 되지 말고 제목처럼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모습을 유지해가며 자신을 사랑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단계로 발전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수목극인 MBC ‘킬미, 힐미’와 SBS ‘하이드 지킬, 나’가 다중인격 캐릭터에 로맨스를 버무려 드라마의 다양성과 장르적 깊이를 추구했다면,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3대의 있을법한 이야기로 넓은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김인영 작가는 김혜자, 채시라, 도지원 등 호화캐스팅을 활용하기 위해 한꺼번에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조급함을 보이지 않고 하나하나 쌓아나가며 임팩트를 조금씩 키워나가는 기법으로 시청자의 주목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래서 뒷심이 더욱 기대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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