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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식파괴ㆍ직무역량ㆍ인문소양 중시…진화하는 인재 선발
HR 3.0시대…학벌·성적·스펙 파괴 거센 변화의 물결
스펙 관련 항목 일제히 삭제
직무적합성 중시 전형 늘려
역사·한자 등 인문학 강조도



대기업 채용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 학벌·성적 위주의 그룹공채가 21세기 들어 ‘스펙’과 능력 중심의 계열사별 채용문화로 바뀐 데 이어 최근에는 ‘스펙’을 없애기 위해 지원서 형식을 파괴하는 한편 직무능력과 종합적 소양을 갖춘 인재들을 채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기업 채용에서 있어서 직무별 전형이 증가하고 스펙 탈피등 형식이 파괴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있다. 사진은 응시생들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마치고 나오는 장면.

▶‘껍데기는 가라’…형식 파괴=SK는 올 해부터 지원서류에 외국어성적, 수상경력, 해외경험 등 스펙과 관련된 항목을 모두 삭제했다. 심지어 사진 칸도 지웠다. 직무능력을 평가할 뿐 겉치장은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흐름은 SK가 처음이 아니다. 현대차는 2년 전 사진, 부모님 주소, 이중국적 내역, 고등학교, 전공, 석박사 전과 및 편입 여부, 교육이수, 외국어 구사능력, 부모님 연락처 등 8개 항목을 없앴다. 2013년 하반기부터는 해외거주, 비상연락망, 부전공 등 3개 항목도 사라졌다. 활동내역, 경력사항, 수상내역 등 3개 항목은 간소화됐다.

LG도 입사지원서에서 수상경력, 어학연수, 인턴, 봉사활동, 주민등록번호, 사진, 가족관계, 주소 등 기입 항목 자체를 찾아볼 수 없다.

포스코도 공학인증 프로그램 이수, 본인전공 외 타전공 수강, 문이과 과목 교차수강 등 학교생활을 충실히 수행한 인재는 우대하지만, 해외 연수경험 등 고비용이 드는 스펙 항목은 지원서류와 평가대상에서 퇴출시켰다.

‘외모도 스펙’이라고 오해하기 쉬운 항공업계도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해부터 입사원서에 증명사진 부착하지 않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부터 승무원 신장 제한까지 폐지했다.

높은 스펙이 요구됐던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하반기 공채부터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은 이력서에 금융자격증과 외국어 성적 기입란을 없앴다. 어학 능통자가 필요한 경우는 별도 채용을 통해 뽑기로 했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농협 기업은행 등 시중은행도 지난해부터 어학성적과 금융자격증 기입란을 삭제했다.

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는 “스펙이 화려해도 실제 업무에 투입해보면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낸 경우가 많았다”면서 “스펙이 좋다고 일 잘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기업들이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ready to work’…직무별 전형 증가=이른바 ‘삼성고시’로 불리는 삼성의 SSAT는 올 상반기가 마지막이다. 하반기부터는 삼성은 각 계열사가 직무별로 지원을 받아 평가한다. 영업ㆍ경영지원직군은 직무 에세이로, 전문, 기술직군은 전공과목과 심화전공 과목 학점 등으로 평가할 방침이다.

기아차도 직무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직무별 맞춤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 모집 분야를 직무 성격에 따라 K형(Kreative, 창의), I형(Interactive, 소통), A(Adventurous, 도전)형 인재군으로 구분, 각각의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맞춤 전형 실시한다.

SK는 스펙을 완전히 배제하고 개인의 직무역량만으로 뽑는 바이킹챌린지 채용 규모를 작년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바이킹챌린지는 SK가 2013년부터 오디션 면접 등을 통해 개인 역량만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제도다.

포스코도 올 채용부터 서류와 면접에서 직무역량 평가요소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화그룹도 인적성검사는 없지만, 직무평가가 중심이 된 면접이 핵심 전형이다.

현대중공업도 올 해 인·적성 검사 ‘해치(HATCH)’를 도입하는 데 직무능력과 직업성격 검사를 포함, 모두 600여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for Human’…인문학 소양 강조=사람과 감성이 제품은 물론 비즈니스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인문학을 강조하는 추세도 강화되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인적성 검사에서 역사 문제 출제비중을 높이는 등 최근 인문학과 역사에 대한 중요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LG그룹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LG웨이핏 테스트에 한국사와 한자 20문항(각각 10문항 씩)을 포함시켰다. 포스코도 이공계를 중심으로 뽑지만 문이과 과목 교차수강 등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있는 지를 본다. GS그룹은 한국사능력검사를 따로 둘 정도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인문학과 역사는 창업자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 때부터 강조해왔던 분야”라면서 “특히 대졸 신입사원은 미래의 리더들인데 이들이 최소한의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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