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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법] 2016년 9월부터 적용…‘20대 총선’ 적용은 막았다
-‘입법예고안→정부안→취지살린 원안’
-취지는 살리고, 총선 적용은 비껴가고
-법 적용서 교묘히 빠져나갈 수 있는 공간도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여야 정치권이 3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합의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금지법)’의 적용 시점은 법 공포 후 1년 6개월 이후부터다. 원안에는 1년이었지만, 여야 협상 과정에서 6개월 더 늘려 2016년 9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내년 4월에 치러지는 20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은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재선’에 다걸기 해야 하는 현직 국회의원은 법 적용에서 빠져나갈 길을 마련해 놓은 모양이다.

여야가 국회 처리를 합의한 김영란법은 그야말로 대상 및 내용에서 ‘원안→축소→확대→축소’의 우여곡절을 거쳤다. 


원안은 2008년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주도해 입법 예고한 것이다. 1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으면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형사처벌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당시 ‘청백리법’이라는 평가와 함께 전관예우 등에 찌든 공직사회의 대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이 내용이 그대로 입법예고되지는 않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3년 8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은 금액과 관계없이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형사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직무관련성이 없을 경우 과태료 처분만 하게 함으로써 ‘누더기 원안’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런 법안이 2014년 세월호 침몰 정국 속에 국회 정무위원회를 거치면서 당초 김영란법의 원안 취지를 살리는 한편 사립학교 교원과 KBS EBS 뿐만 아니라 민간 언론사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확대했다.

이 같은 법안에 대해 과도한 민간 영역 규제라는 위헌 요인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누더기 법안 처리에 대한 비난 여론에 밀려 과잉입법 논란이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을 처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법 적용 대상에서 공직자의 민법상 가족이 아닌 배우자로 한정됐다는 점, 법 적용 유예기간을 1년 6개월이나 뒀다는 점에서 후퇴 비난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자의 직무관련성과 상관 없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을 경우 형사처별토록 한 ‘김영란법’이 제정되면서 공직사회의 청렴도가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언론사 등 민간영역에 대한 과도한 입법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공직사회 윤리 의식의 향상과 더불어 사회 전반적인 인식 제고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취지에 대한 공감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악마는 디테일한 부분에 있듯이 법 적용에서 교묘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공간도 보인다.

국회 정무위 논의 과정에서 포함된 5조 2항은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 개선을 제안하는 경우’ 법안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공익적 목적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도입해 놓으면서 법 적용을 피해나갈 길을 마련해 놓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8조 3항의 경우 공직자가 돈이나 음식을 접대받더라도 ‘사교나 의례’에 해당할 경우 처벌받지 않게 하고 있다. 사교나 의례에 해당하는 금액과 관련해서도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 내 금품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향후 대통령령으로 정해질 가액 범위내에서 ‘사교나 의례’에 해당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직무관련성도 문제되지 않는다.

지난 2일 밤늦게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김영란법 처리에 합의한 여야 원내대표단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평소 5개항에 이르는 합의를 이끌어 냈으면, 웃음꽃을 활짝 피웠을 법하다.

김영란법이 담고 있는 취지를 반영한 것인지, 과잉입법 논란을 의식한 것인지, 아니면 법 적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디테일을 마련한 것에 대한 표정관리인지 지켜봐야할 일이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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