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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싱글> 5. 사랑은 멜로디의 강을 타고 추억의 바다로 흐른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 나얼 ‘같은 시간 속의 너’= “아무 말도 하지마요/더는 안된다는거 잘 알아요/사랑했던 날 모두 사라지진 않겠죠/우릴 스치는 안개처럼”

잘 빠진 90년대 팝 사운드가 간결한 편곡을 만나니 나얼의 탁월한 보컬의 더욱 돋보입니다. 심지어 클라이맥스 부분에도 그 흔한 현악 세션이 끼어들지 않습니다. 물론 듣기에만 편안할 뿐이지, 노래방에서 부르다가 목이 턱 막혀 ‘취소’ 버튼을 누르기 딱 좋은 곡이니 선곡은 자제하시고요. 편곡자를 살펴보니 나얼의 ‘바람기억’을 편곡했던 강화성 작곡가입니다. 담백하지만 결코 빈 느낌을 주지 않는 사운드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었군요. 절제를 아는 멋진 편곡입니다.

이번 싱글은 브라운아이드소울 싱글 프로젝트를 알리는 곡입니다. 나얼의 싱글을 필두로 정엽, 영준, 성훈의 솔로 싱글들이 이어질 예정이죠. 그간 대중에겐 다소 어려운 음악을 들려줬던 나얼은 이 곡을 통해 대중에 가까이 다가서려는 행보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처음 듣는 곡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멜로디가 그 증거이죠.

가사가 혹시 ‘그분’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억측이 많지만, 나얼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작년 겨울 어느 날 90년대가 너무 그리워서 만든 곡”이라며 선을 그었죠. 세상의 모든 사랑 노래 가사를 뜯어보면 내 노래가 아닌 것 없습니다. 억측은 이제 그만.

▶ 배영경 ‘호두과자’= “우리가 가는 길을 두렵다 하지 마/지칠 땐 나를 꺼내 한입 물어봐/우리가 사랑했던 그때를 그려봐/난 단지 함께 있던 추억 일뿐야”

배영경은 지난 2011년 제22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 입상하며 데뷔한 싱어송라이터로 지난해 ‘사계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계절을 주제로 만든 곡들을 싱글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로이킴의 히트곡 ‘봄봄봄’의 공동작곡가라고 소개하면 조금 더 익숙할까요? 배영경은 새해 들어 ‘삽화집’이라는 주제로 새로운 싱글 프로젝트를 기획했는데, 이번 싱글은 그 첫 번째 곡입니다.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림이 그려지는 곡들이 있죠. 이 곡이 그리는 그림은 크레파스와 파스텔로 서툴게 그려낸 따뜻한 색조의 실내입니다. 추억 하나하나를 상자 속에 담긴 호두과자에 빗댄 가사, 어쿠스틱 기타와 간소한 현악 세션으로 빗어낸 담백한 편곡. 따뜻하다는 흔한 말이 참 잘 어울리는 곡입니다. 여기에 좀처럼 얼굴을 보기 어려운 싱어송라이터 이규호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코러스로 배경에 더해지니 곡이 더욱 각별해집니다.

▶ 신화 ‘메모리(Memory)’= “네 목소리가 들려/아련한 추억 속에/잠든 나를 깨워/어디로 날 데려가/Let Me Go Away”

데뷔 17년차, 12장의 정규 앨범. 이 정도면 ‘최장수 아이돌’이란 딱지를 떼고 장인이라고 불러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1~2년을 기약하기 어려운 한국 가요계에서 단 한 차례의 멤버 교체 없이 오랜 시간 동안 정상을 지켜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전무후무한 일이니까요. 



그 비결은 단단한 팀워크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늘 일정수준 이상을 유지하는 음악을 들려주기 때문이겠죠. 신화의 정규 12집 ‘위(We)’의 선공개곡인 ‘메모리’는 화려한 편곡과 청량한 사운드로 단 번에 귀를 잡아끄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곡입니다. 지난 2013년 신화의 정규 11집 ‘더 클래식(The Classic)’의 수록곡 ‘마네킹(Mannequin)’을 통해 감각적인 사운드를 들려줬던 작곡팀 이원(e.one)이 다시 한 번 힘을 보탰죠. 여기에 오랫동안 신화를 응원해 온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가사가 더해지니 ‘신화창조’ 입장에선 ‘팬질’을 할 맛이 날 겁니다. 앨범 전체가 이 정도 수준의 곡들로 채워진다면……. 음악적으로도 꽤 기대해도 좋을 만 한 앨범이 나올 것 같군요.

▶ 조아람 ‘런던(London)’= “그저 웃음이 나와 창에 비친 나를 보니/뭔가 평소보다 들뜬 나의 모습과 한 장의 티켓/너를 보내고 나서 분주하게 보낸 시간만큼/커진 그리움 안고 너에게 간다”

트렌디드라마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곡입니다. 마치 기내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도입부의 신시사이저사운드가 드라마의 클리셰처럼 다소 뻔하게 들리지만, 왠지 모르게 들뜨는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장거리연애의 애틋함과 벅찬 재회의 설렘을 노래하는 가사는 경쾌한 멜로디 라인 위에 실려 청량감을 줍니다.

“네가 없는 세상에서 산다는 게 힘들었다고/그리웠다고 투정부리며 말하고 파/그렇지만 가장 먼저 널 안고파. 아무 말 없이/한참을 그렇게. 그리곤 너와 입 맞추고 싶어”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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