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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렴한 가격ㆍ수준높은 강사진…공공 극장들이 운영하는 아카데미 인기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세계 3대 벨칸토 작곡가 중 한명인 로시니는 제 롤모델입니다. 30대에 번 돈으로 60대까지 먹고 살았거든요”

지난 22일 오전 10시 예술의전당 음악아카데미홀에서 열린 겨울특강 ‘클래식 클릭’에서 강사인 김대환 단국대 음대 교수가 이같이 말하자 수강생들은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강사는 이날 마이클 호프만 감독의 영화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온 클래식 음악들을 들려주며 작곡가, 악기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갔다.

예술의전당을 비롯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등 공공 극장에는 단순히 공연 관람에 그치지 않고 직접 음악, 미술, 무용을 배워보려는 수강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설(私設) 교육 기관에 비해 수준높은 강사진과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예술의전당의 경우 회당 레슨비 수십만원을 받는 유명 성악가들의 강의를 회당 2만원대에 제공한다. 어린이 미술 강좌의 경우 강의료에 재료비가 모두 포함돼있어 엄마들의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강좌는 수강생 모집 5분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과거 박종호 풍월당 대표의 오페라 강좌는 수강생이 몰려 600석 규모의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강의를 진행했다. 이진숙 미술평론가의 강좌는 200명 정원이 넘쳐 책상을 50개 더 구매해 강의실에 들여놓기도 했다.

황복희 예술의전당 아카데미부 부장은 “전직 장관, 차관들 중에도 수업 들으러 오신 분들이 꽤 있다”며 “수강생들이 질문하는 수준이 높아 강사진들도 다른 기관에서 강의할 때보다 강의 준비를 더 철저히 하고 온다”고 전했다.


예술의전당 아카데미는 지난 1988년 한해 수강생 208명으로 시작해 지난 2013년 9153명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2013년 예술의전당 전체 예술사업 수입 가운데 공연사업이 38억원(49.6%), 교육사업이 31억5000만원(41.1%)으로 교육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않다.

황 부장은 “하나투어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그리스 문화 관련 강좌를 들은 수강생들이 그리스로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이나 연기 수업 등 신규 강좌를 계속 늘리고 있다”며 “한해 300여개 강좌가 진행되고 있는데 강의 수요에 비해 장소가 모자란 실정”이고 말했다.


예술의전당은 겨울 특강에 이어 봄학기에는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의 ‘알고 봐야 더 재미있는 뮤지컬 세계’(3월 6일~6월 19일), ‘제대로 읽는 세계의 고전’(3월 4일~6월 10일) 등을 진행한다.

세종문화회관도 점심시간마다 강의를 들으러 오는 직장인들로 북적인다. 광화문 일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짬을 내 요가를 배우거나 헬스장에 가는 것처럼 성악, 미술 등을 배우러 오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는 간단한 샌드위치가 제공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은 성악가로부터 직접 발성 등을 배우는 ‘히든보이스’다. 넥타이를 멘 중년 남성 수강생도 적지 않다.


임연숙 세종문화회관 문화예술교육팀장은 “노래방에서 가요는 많이 부르지만 아리아나 가곡을 잘 부르는 사람은 드문데 남과 차별화된 노래를 부르고 싶어하는 분들이 찾는다”며 “요즘 수강생들은 단순히 클래식 음악을 듣고 강사의 해설을 듣는 강의에서 벗어나 직접 노래를 부르는 등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산하단체인 서울시무용단 단원들이 직접 무용을 지도하는 수업 등도 추진하고 있다.

국립극장은 지난 2007년 ‘여름방학 문화교실’을 시작으로 교육을 통해 전통예술을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안숙선의 창극아카데미’ 등이 대표적이다. 국립극장 산하단체인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의 단원들도 강사로 참여한다. 


겨울방학을 맞은 어린이ㆍ청소년들이 우리 소리를 배울 수 있는 ‘오감오락 음악여행단’은 오는 2월 25일~28일 개최된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판소리ㆍ민요 초급반(3월 7일~11월 14일), 한국무용 초급반(3월 4일~12월 16일) 등도 모집 중이다.

국립국악원 역시 어린이, 외국인 등이 국악을 직접 배워볼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오는 3월 21일부터 5월 16일까지 개최하는 가족국악강좌의 경우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장구, 가야금 등을 배워볼 수 있다. 강의비는 1인당 3만원이다.

국립국악원은 국악인 황병기, 안숙선 등 명인들로부터 국악을 배울 수 있는 온라인 강의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충무아트홀은 뮤지컬 전용 극장답게 지난해부터 뮤지컬 전문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올해는 기존 공연 프로듀서ㆍ매니지먼트 과정 등에 뮤지컬 안무가, 뮤지컬 배우 과정을 추가했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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