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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은 안되고, 대출금은 쌓이고’…우울한 상아탑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강남원(28ㆍ가명)씨는 요즘 한숨이 부쩍 늘었다. 명문은 아니어도 서울 소재 중위권 대학 경영학과 졸업을 앞둔 강 씨는 취업이 이렇게까지 어려울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매학기 꼬박꼬박 학자금 대출을 받아온 강 씨는 혹여 취업이 잘 안되기라도 하면 이 많은 학자금대출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두려움에 밤잠도 설친다.


18일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두 학기 동안 대학생들이 받은 학자금대출은 78만3700여건. 매학기마다 40만명에 가까운 대학생이 자신들의 미래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공부를 했다.

이들이 지난해 받은 학자금대출 총액은 2조4217억원에 이른다.

강 씨도 빚을 지며 열심히 공부했지만 취업은 커녕 인턴 합격조차 ‘하늘에 별따기’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어디든 기본 수십대 1이 넘어가는 경쟁률에 강 씨는 자신감을 점점 잃어 갔다.

용돈 벌이를 위해 과외를 하고 싶어도 남학생들은 과외 자리조차 마땅치 않고, 방학이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도 괜찮은 알바 자리는 순식간에 모집이 끝나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대학을 졸업해도 변변한 직장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특히 여대생들은 졸업자 2명중 1명은 대학문을 나서는 동시에실업자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대졸자 취업률은 2012년 56.2%에서 2013년 55.6%, 2014년엔 54.8 %로 점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여대생의 취업률은 2012년 52.1%에서, 2013년 51.3%, 2014년은 51.1%로 남자들보다 취업이 더 힘든 상태다.
[헤럴드경제DB사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오랜 구직난으로 취업할 수 있단 자신감을 잃은 탓에 스스로 몸값을 낮추는 대학 졸업자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졸자들의 희망연봉과 기업들의 제시연봉이 역전되는 기현상이 발생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13 워크넷(고용노동부 고용정보시스템)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워크넷을 통해 구직을 신청한 총 4만2346명의 대졸자(4년제)들의 월평균 희망임금은 205만800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구인업체들이 제시한 평균 제시임금인 210만100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보통 구직자의 희망임금이 기업의 제시임금보다 높지만, 장기 구직활동에 지친 대졸자들이 취업이 다급해 급여수준을 큰 폭으로 낮춰 잡는 사례가 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세정 고용정보원 고용정보분석센터 책임연구원은 “아무래도 대졸 학력자들의 취업이 어렵다보니 스스로 급여 수준을 낮춰 사회진출을 성공시키려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졸자의 희망임금은 2012년부터 제시임금을 하회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자나, 대학원 졸업자 등 다른 학력 소지자들은 모두 희망임금이 제시임금보다 높다. 고졸의 경우 2013년 현재 희망임금(164만원)이 제시임금(162만2000원)보다 1만8000원 높고, 대학원졸 이상도 희망임금(258만5000원)이 제시임금(249만4000원)보다 9만1000원 많다.

대졸자들은 급여뿐 아니라 전공 연관성도 포기한 지 오래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대졸 이상 신입 구직자 16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7.6%가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공과 관계없이 구직 활동을 하는 이유 중 43.8%가 전공 관련 채용이 없기 때문으로 가장 많았고, 취업 성공이 가장 중요해서라고 답한 응답자도 21.4%에 달했다.

지방 사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작년 하반기부터 취업에 도전하고 있는 유모(31)씨는 “욕심은 버린지 오래”라며 “얼마를 받더라도 우선 취직을 하겠단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badhoney@heraldcorp.com



[헤럴드경제DB사진] *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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