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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타고라스는 ‘성관계 공식’도 남겼다?
최근 출간된 인문학 저술가 박홍순의 ‘욕망할 자유’는 욕망에 관한 담론으로 보는 철학사상사다. 인문학 붐을 타고 다양한 형태와 구성의 철학사, 사상사, 개론서적 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 책은 주제와 소재가 뚜렷하고, 만만치 않은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썼다. ‘허리하학’에 대한 ‘형이상학’의 역사라고나 할까?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만한 ‘성’(性)에 대한 이야기를 신화ㆍ문학ㆍ철학사로 뀄다.

저자는 “사랑은 가장 사적이면서 가장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라며 시대에 따라 욕망과 권력의 투쟁, 이성과 육체의 권리싸움이 어떻게 이뤄졌나 좇는다. 작가의 목표는 남성과 성기ㆍ이성중심의 세계관이 억압해온 사랑과 욕망에 마땅한 시민권을 찾아주자는 것이다. 

쾌락과 욕망의 험난한 여정은 그리스 로마 신화로부터 출발한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와 남근을 사랑했던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는 쾌락에 몸을 맡기고 본능을 만끽하는 성애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원시공동체의 모계 사회 흔적이 사라지고 남성 중심의 부계 사회가 본격화하면서 그리스에서 축제는 금지되고 바람둥이 신들은 경건한 철학자들로 대체됐다. 플라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는 욕망과 쾌락을 혐오했다. 피타고라스는 삼각함수만이 아니라 ‘성관계공식’도 남겼다. “성교는 겨울에 행하고 여름에는 삼가야 한다. 그러나 어느 계절에 해도 그것은 해롭고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이다. 그리스 철학자들은 강한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이성의 힘으로 본능을 억누르려 했다. 국가권력과 성적인 본능은 출발부터 적대적이었다.

중세의 독보적인 욕망의 해방구는 보카치오가 쓴 소설 ‘데카메론’의 세계였다. 그러나 천년간 중세 신학은 욕망에 원죄의 멍에를 씌웠고, 종족번식 이외의 어떤 성적 행동도 금기시했으며, 교회에서는 성생활지침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중세 시대에 경건하게 차려입혀졌던 옷이 르네상스시대의 회화에선 관능적으로 벗겨졌듯, 인간의 욕망이 재발견됐다. 서양의 모든 성도덕을 야유했던 이는 ‘괴물’ 사드였다. 그는 성도덕의 마지막 족쇄까지 무너뜨린 충격적인 소설로 당대를 표현했다. 그러나 데카르트, 베이컨, 칸트, 헤겔 등 근대 철학자들은 이성을 절대화하며 욕망에 대해 총공세를 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철학을 통해 근대를 극복하려한 성담론을 살펴봤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모든 욕망은 무죄”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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