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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선임기자의 대중문화비평] 비주류 음악·영화·드라마 히트작…주류에 ‘틈’을 내다
이진아 자작곡‘ 마음대로’
-자신만의 느낌·순수한 목소리 어필
-네이버TV캐스트 100만뷰 돌파

독립다큐영화‘ 님아, 그강을…’
-가족·부성애·부모님등 향수 자극
-개봉 18일만에 100만 관객 돌파

케이블 채널‘ 미생’‘ 삼시세끼’
-주류의 콘텐츠 성공 공식 탈피
-담백하고 소박한 색깔로 인기몰이



요즘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를 보면 주류를 벗어난 곳에서 히트하는 경우가 많다. ‘K팝스타4’에서 자작곡 ‘시간아 천천히’와 ‘마음대로’를 불러 화제가 된 이진아나 ‘엄마로 산다는 것은’을 들려준 이설아는 모두 비주류 뮤지션이다.

이들은 화려한 가창력과 테크닉 없이 자신만의 느낌과 이야기를 순수한 목소리로 불러 큰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진아의 ‘마음대로’는 방송 직후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고, 하루만에 네이버TV캐스트 100만뷰를 돌파했다. 얼핏 이진아는 음색이 대중적이지 않을 것 같은데도 목소리의 깊이와차이에서 오는 오묘한 느낌으로 대중에게 어필한다.

순제작비 1억2000만원으로 만든 독립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개봉 18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강계열 할머니가 함께 살았던 모습들을 담은 이 영화가 대박을 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없었다.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 소개된 노부부 이야기를 다큐영화로 담았지만, 평상시 모습이 그대로 찍혔다. 조금도 멋을 부리지 않았다.

주류문화에서 오는 식상함은 주류밖으로 눈을 돌리게 하고 있다. 사진은 기존 영화문법과는 새로운 작법과 문법, 의미를 제시하는 독립다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이 같이 단순하고 담백한 모습이 주류의 화려함, 스케일, 스피디함, 시스템, 이런 것들을 이겼다. 이들 노부부가 낙엽이 떨어지면 서로에게 낙엽을 던지고, 눈이 오면 눈도 던지며, 또 할머니가 무릎이 아프다고 하자 그 무릎에다가 ‘호~’ 하고 입김을 불어넣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로맨스 미국 영화의 고전처럼 된 ‘러브스토리’는 저리 가라다.

노부부의 이야기에는 자연스레 가족과 부성애, 부모님, 향수 같은 것들이 느껴져 보면서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불통과 관계 단절 시대에 76년을 함께 산 이들의 모습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죽음을 관조하는 시선도 느껴진다. 이를 보고 누가 신파라 하겠는가?

요즘 큰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미생’이나 예능 ‘삼시세끼’도 지상파라는 주류 매체를 조금 벗어난 케이블 채널의 콘텐츠다. ‘미생’이나 ‘삼시세끼’를 비주류 콘텐츠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복잡함을 덜어내는 단순함이나, 주류에서 형성된 콘텐츠 성공공식에서 벗어난 담백하고 소박한 색깔 등을 고려하면 ‘삼시세끼’나 ‘님아~’는 서로 통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과거에도 지상파 등 주류에서 비주류 음악인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경우가 있었지만 요즘 ‘K팝스타4’에서는 지나칠 정도다. 그것은 주류에 대한 식상함 때문이다. 주류 공장에서는 나오는 것들이 엇비슷하다. 거기서는 대안을 찾을 수 없다.

주류, 비주류로 나누는 이분법적 분류로 주류는 식상하고 비주류는 자유롭다고 단정할 건 아니다. 주류에서도 김동률처럼 자신의 스타일을 오래동안 갈고딲아 매력있는 색채로 만들어진 콘텐츠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주류 콘텐츠가 식상함을 주고 비주류 콘텐츠에 매력을 느낀다고, 비주류에 순위를 매기고, 시스템에 포섭되지 말아야 할 그들을 줄세우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다.

‘K팝스타4’의 심사위원인 박진영과 양현석은 가수들을 키워내는 주류 시스템중의 주류다.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듯이 노래 부를 수 있는 비주류 뮤지션에 유독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런 생활을 해보지 않고, 그런 가수들을제작해 본 경험이 거의 없는 이들 심사위원들의 코멘트에 과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노래 잘하는 사람은 떨어진다”는 코멘트 자체도 그렇다. 지금까지 이진아 같은 아이에게 관심을 별로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이들에게 몰입하고 있다. 이들의 노래에 대한 심사라기 보다는 비주류로 장사하겠다는 상업적 의도가 읽혀지는 것은 이때문이다. 아이돌 가수가 되려는 지망생은 갑자기 바보가 된 기분일 것이다.

박진영은 비주류 뮤지션의 노래 첫소절만 듣고는 다 알았다는 듯이 말한다. 특정 비주류 가수에 대한 과도한 칭찬은 칭찬을 못받은 애들에게는 폭력으로 작용한다. 박진영의 과한 심사는 시청자에게는 취향에 대한 공격일 수도 있다. 안테나뮤직의 심사위원 유희열을 붙여놓아, 이들과 시각을 달리하는 평가가 간혹 나오면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다.

비주류 가수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평가가 가만히 노래하는 비주류 뮤지션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되서는 안될 것이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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