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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능력중심사회> 스펙보다 현장…‘한국형 도제시스템’ 성공시대
정부 야심찬 추진 ‘일학습병행제’
기업에 먼저 취업한 후 교육훈련…2017년 1만개 기업·7만명 확대
1기, 3개 기업서 프로그램 수료…7명 정식근로자 전원 채용 결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우리나라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스펙 9종 쌓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취업은 전 세계 청년의 고민이지만, 한국 청년들이 유독 스펙 쌓기에 과한 힘을 쏟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벌, 학점, 영어점수는 기본, 어학연수에 자격증은 필수, 요즘은 공모전 입상에 인턴십 경험, 자원봉사에 성형까지 하는 것이 취업 9종 세트란다. 취업의 어려움을 한마디로 알 수 있게 하는 말이지만, 과연 저 9종 세트가 실제 현장에서 전부 필요할까. 학과 공부와 현장 사이에 간극이 발생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과 기업이 많다. 불필요한 스펙 쌓기가 아닌 현장에서 실제 필요한 기술을 익혀 바로 직무에 응용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필요하다. 정부가 ‘일학습병행제’를 야심차게 추진하는 이유다.

‘일학습병행제’란 한마디로 기업에 먼저 취업한 다음 교육훈련을 받는 제도다. 현장에서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 기업 주도하에 취업희망자를 근로자로 채용하고, NCS(국가직무능력표준)를 기반으로 한 교육훈련프로그램에 따라 현장전문가로부터 실무를 배우고, 이론 교육은 교육기관에서 받은 후 이를 국가가 평가해 자격을 부여하는 교육훈련제도다.

독일‧스위스식 도제제도를 한국 실정에 맞게 설계한 ‘한국형 도제제도’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산업 현장과 괴리가 있는 학교 교육으로 인해 기업은 막대한 재교육 비용을 치르고, 취업준비생은 과다한 스펙 쌓기로 어려움을 겪었다. 학교 중심의 주입식 지식전달 방식이 아닌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형 인재 육성 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한 것이다. 이 제도는 ▲기업 주도의 인력 양성 ▲체계적‧실질적 교육훈련프로그램 ▲NCS 기반의 평가를 통한 자격증 취득 ▲교육훈련프로그램과 직무와의 높은 연관성 등의 장점이 있다.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는 장비를 사용해 교육훈련이 실시되어 학교 주도의 직업교육과는 차별화되고, 자격 취득을 통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 낭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기업에 취업한 학습근로자는 일을 하면서 실무훈련과 이론교육 등을 제공받고, 기업 내부와 외부의 평가를 거쳐 정부‧산업계가 인정하는 자격증을 받아 정규직원으로 전환된다. 또한 참여기업은 교육훈련프로그램 개발과 기업현장교사 양성, 학습에 필요한 도구 개발 등 숙련기술자를 양성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 및 교육훈련 실시비용 등을 지원받는다.
기업의 일학습병행제 운영유형은 단독기업형과 공동훈련센터형,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단독기업형은 교육훈련 여건을 갖춘 기업이 직접 현장에서 실무훈련과 이론교육을 모두 실시하는 방식으로, 대한민국명장이 운영하는 ㈜대흥소프트밀 등은 기업 내에 자체 훈련시설을 설치해 도제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공동훈련센터형은 상대적으로 교육훈련 여건이 부족한 여러 개의 기업들이 대학, 산업별단체(SC) 등 공동훈련센터와 협약하여 도제훈련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솔트웨어(주) 등은 기업에서 실무훈련을 실시하고, 대학에서 이론교육 등을 지원함으로써 수료 시 자격증과 함께 SW 분야의 학위도 취득할 수 있다.

일학습병행제도’의 법적인 뒷받침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일학습병행제의 주관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일학습병행제가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산업현장 일‧학습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지난 9월 30일 입법 예고했다. 제정안은 현장에서 습득한 기술에 대해 처음으로 직업자격을 부여해 사회적 통용성을 인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또 기업에서 교육훈련을 받는 청년들의 정당한 학습시간을 확보하면서도 과도한 장시간 근로에 노출되지 않도록 특례를 규정하고, 기존 근로자와 동등하게 임금을 지급받도록 보호제도를 마련했다.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올해 안에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대기업 등과 업무협약을 통해 양질의 일학습병행제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되고, 대‧중소기업 상생형 모델로 확산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일학습병행제도를 시범 운영할 시범학교로 특성화고 9곳과 기업을 선정해 학교별로 다양한 운영 모델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일학습병행제를 총괄 운영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참여기업들이 적시에 교육훈련을 실시할 수 있도록 전국 24개 지역본부 및 지사를 통해서 교육훈련 인프라 구축, 학습근로자 채용 등을 돕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업일학습’ 사이트(www.bizhrd.net)를 오픈해 온라인상에서 일학습병행제에 관한 정보 및 다양한 교육훈련콘텐츠를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은 지난 11. 20(목) 일학습병행제 제1기 수료식에서 첫 결실로 나타났다. 1기 수료생 7명이 배출됐으며, 전원 정식 근로자로 채용됐다. 씨앤엠로보틱스, 비티에스이엔지, 씨에프정보통신 등 3개 기업에서 교육훈련프로그램을 마치고 내·외부평가를 통과한 학습근로자 7명이 그 주인공이다. 정부는 2, 3기 등 지속적으로 수료자가 나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대학생이 취업을 위해 필요한 시간과 돈은 어느 정도일까? 평균 6백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4년간 지불하고, 평균 1천만 원이 넘는 어학연수 비용에 영어시험을 위한 학원비, 공모전과 자격증 준비 등 1억 원 가까운 비용이 든다고 한다. 개인은 물론 국가적 낭비다. “일학습병행제는 이러한 폐해 또한 막을 수 있다. 11월 현재 일학습병행제 참여기업은 1,956개이고, 정부는 2017년까지 1만 개 기업으로 확대해 7만 명의 청년들이 우수 기술력을 가진 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인식된 인력양성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홍보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정환 기자/lee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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