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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공무원 리포트> “甲인생 반성, 하지만 왜 하필 나인가”…연금개혁에 흔들리는 40년차 공무원

[헤럴드경제=이태형ㆍ박혜림ㆍ배두헌 기자]대한민국 공무원이 흔들리고 있다. 공무원 연금 개혁안이 급류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이 크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가재정을 좀먹고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등을 휘게할 미래 최대 불안요소로 공무원연금을 꼽고 개혁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야당은 “연금개혁안을 올해 안으로 처리 않겠다”고 맞서고 있지만, 여당의 정략적 의도를 경계하는 것이고 개혁의 당위성은 일부 인정하고 있어 공무원연금의 개혁은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시민들 역시 6대4, 나아가 7:3 정도로 연금개혁에 찬성하고 있다.

이유는 재정난 때문이다. 지난 1960년 공무원연금이 도입된 이후 33년이 지난 1993년 연금은 적자로 전환했다. 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공무원연금 적자는 지난 2011년 1조3000억원, 2012년 1조7000억원, 2013년 2조원, 2014년(추정치) 2조5000억원으로 불었다. 연금액 월 300만원 이상을 받는 퇴직 공무원 수가 7만여명에 이른다는 통계와 무관치 않다.


이러다보니 적자 부담은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향후 공무원연금 때문에 국민들이 늪에서 허덕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함께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출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2001년에도, 2007년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혁안이 쏟아져 나왔지만 공무원 반발로 무산됐다. 그러다가 올해 무상복지와 맞물려 최대 이슈로 불붙은 것이다.

공무원들은 대부분 불만을 토로한다. 서울시 공무원은 “40년가까이 공무원 생활를 했는데, 정말 과거엔 박봉이었다 ”며 “아이들 교육시키고 빠듯하게 살아왔고, 연금만 보고 위로삼아 살았는데 왜 하필 내가 연금이 깎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용산경찰서 모 경찰관은 “공무원연금만 바라보며 일했고 좀만 더 버티자했는데, 퇴직을 몇년 앞두고 연금개혁이라니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했다.

이를 보는 시민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박봉이라곤 하지만 요즘엔 박봉도 아니고, 게다가 평생 갑(甲)으로 일했는데국민에게 더이상 세금도둑이 돼선 안된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서 공무원들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연금 고갈 얘기가 나왔을때부터 스스로의 개혁을 준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연금과 맞물려서는 철밥통으로 살아왔지 않느냐는 것이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박경숙(45) 씨는 “공무원들이 나름 할 얘기는 있겠지만 각종 연금이 힘든 시기에 월 300만원 이상의 고액 연금자가 많은 현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공무원들은 연금도 연금이지만, 각종 개혁대상으로만 비춰지고 자식들에까지 부끄러움 이름으로 남게 됐다고 불만을 표출한다.

10년차 중앙부처 공무원인 서모(36) 씨는 “갑으로 살았다고 남들이 얘기한다면 반성하지만, 개혁 논의를 보면 공무원이 개혁대상으로만 비춰져 안타깝다”며 “연금제도는 직업공무원의 근간이고 젊은 인재를 공직에 들여 국민의 공공복리를 위해 딴짓 안하게 하기 위한 것인데, 이를 대폭 삭감한다고 하니 제도적 근간이 무너지는 허무감을 느낀다”고 했다. 30년된 교육공무원 고모(51ㆍ여) 씨는 “당사자 의견을 묻는 것이 수순인데,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는 모습에 거부감이 크다”며 “요즘 주변 동료들을 보면 모두들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고 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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