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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안푸드 마니아 ‘변방’을 탐하다
일식·중식·인도식 즐기던 美‘B급 식도락가’, 필리핀·미얀마 음식 ‘맛의 신천지’로 영역 확장
필리핀의 맛
고기 볶음 ‘아도보’·국수요리 ‘판싯’
부화직전 오리알 삶아낸 ‘발루트’

미얀마의 맛
메기국물 ‘모힝가’·절임찻잎 샐러드
생선·새우 발효 신맛 강한 ‘응아삐’


미국의 아시아음식 마니아들의 입맛이 좀 더 ‘디테일’해졌다. 아시아 음식하면 중국식 볶음밥과 면요리, 일본의 스시, 인도의 커리 정도 밖에 모르던 미국인들이 동남아의 새콤, 달콤, 매콤한 맛에 푹 빠져있다. 그 중 ‘필리피노(Filipino) 푸드’ 와 ‘버미즈(Burmese) 푸드’ 식당은 요즘 뉴욕, 샌프란시스코, LA 등 주요 대도시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 다원성, 다양성 흐름을 타고 좀 더 특별하고 이국적인 맛을 경험하고 싶은 미국의 ‘B급 구르메’들이 변두리에 머물러 있던 필리핀, 미얀마 음식을 중앙 광장으로 끌어온 것이다.
 
하위문화를 뜻하는 B급과 식도락가를 뜻하는 프랑스말 구르메의 합성어인 ‘B급 구르메’는 1980년대 일본에서 처음 생겨난 말로, 길거리 음식 등 값싸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식도락가를 일컫는다.

첨단을 달리는 메트로폴리탄 식당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B급의 반란’이다.
필리핀 음식‘ 아도보’는 닭고기, 돼지고기, 오징어 등을 양념해 졸인 볶음 요리다. 불고기보다 신맛이 강한 것이 특징.

▶내년 최고 핫 트렌드는 필리핀 음식=미국 컨설팅회사인 스털링라이스그룹(SRG)은 최근 ‘2015년 10대 요리트렌드’를 발표하며, ‘아시안푸드의 진화’를 맨 앞에 뒀다. 케이블 여행채널 ‘트래블채널’에서 ‘앤드류 짐먼과 함께하는 이상한 음식들’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스타 요리사 앤드류 스콧 짐먼은 “우리는 지금 필리핀 음식과 사랑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흔하게 알려진 필리핀 음식은 아도보(Adobo), 판싯(Pansit), 룸피아(Lumpia)다.

아도보는 닭고기, 돼지고기, 오징어 등을 식초, 후추, 마늘, 소금으로 양념해 졸이는 볶음 요리로 우리나라 불고기 양념과 비슷한데 신맛이 강하다.

필리핀 고유어인 타갈로그말로 판싯은 국수를 뜻한다. 우리나라 잡채와 비슷한 판싯 비혼, 해산물과 각종 야채를 넣어 볶아내는 ‘국민음식’ 판싯 팔라복, 국물을 넣어 좀더 걸죽하게 만드는 판싯 몰로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룸피아는 야채 고기 등을 쌀 피로 싼 다음 튀기는 요리로, 베트남의 스프링롤과 비슷하다.

이 요리들이 필리핀 음식의 ‘입문격’이라면, 발루트(Balut), 카마로(Camaro), 디누구안(Dinuguan) 등은 필리핀 취향을 좀 더 심화시키고 싶은 고급자를 위한 요리다.

발루트는 부화 직전의 오리알을 삶는 귀한 요리로, 날개 등 형태를 다 갖춘 새끼 오리가 껍질 속에 들어 앉아 있어 초보자라면 선뜻 숟가락을 대지 못한다. 발루트는 먼저 껍질을 까서 액체를 마신 뒤에 새끼 오리를 통째로 먹는데, 부드러운 깃털이 입안에 남는다. 필리핀에선 스태미너 음식으로 이용된다.
필리핀 음식‘ 카마로

카마로는 곤충 땅강아지를 식초와 마늘을 넣고 끓인 다음 토마토와 함께 기름에 볶아 낸다.

디누구안은 짜장처럼 까만 소스가 일품인데, 돼지 피, 다진 고기, 고추 등을 함께 끓여낸다.
미얀마 음식‘ 응아삐’는 생선, 새우 등을 발효시켜 만든 소스로 야채를 겯들여 먹기도 한다. 우리나라 젓갈과 비슷하다.

▶은둔의 장막 걷은 미얀마 음식=태국, 베트남에서 시작해 필리핀을 거친 동남아 음식 기행은 미얀마에서 종지부를 찍는다.

허핑턴포스트는 최근 푸드 코너에서 “미얀마는 군부독재 때문에 50년 가까이, 북한 다음으로 세계에서 고립돼 있던 국가”라면서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이 양곤을 방문하고, 관광을 개방하면서 세계가 점점 더 미얀마를 지켜보고 있다. 그 중 점점 더 주목받고 있는 것이 음식”이라며 미얀마 음식을 소개했다.

다민족 국가인 미얀마는 요리와 요리법도 다양하게 발달해 있다. 이들 요리의 공통된 특징은 동남아 음식들이 대개 그러하듯 신맛이 나고 향초와 허브 등을 써서 풍미가 진하다는 것.

미얀마 요리의 기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쌀이다. 태국과 베트남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쌀은 미얀마의 대표적인 수출상품이다. 찰기가 적어 식감이 보풀처럼 가벼운 미얀마 쌀은 주로 커리를 곁들이는 밥이나, 후식용 떡, 국수 등의 주원료로 쓰인다.

미얀마의 커리는 생강이나 칠리 같은 재료의 강렬한 맛을 없애기 위해 커다란 솥에 하루 종일 뭉근하게 끓이기 때문에 태국이나 인도 것보다 훨씬 부드럽다.

해산물 요리도 발달해 있다. 응아삐(Ngapi)는 생선, 새우 등을 발효시켜 만든 소스로 우리나라 젓갈과 비슷하다. 주로 서부와 남부에서 즐긴다. 바다 생선이나 민물고기, 야채 요리에 곁들인다.
미얀마 음식‘ 모힝가’

국민음식 모힝가(Mohinga)는 메기국을 기본으로 쌀국수, 레몬그래스, 생강, 바나나 나무 줄기, 숙주 등을 넣어 먹는다. 너무 기름지거나 무겁지 않아 미얀마에선 주로 아침에 먹는다.

찻잎 샐러드도 꽤 알려져 있다. 찻잎을 땅속에 묻어 발효시키는‘러펫(lephet)’으로 불리는 절임 찻잎에 소금, 라임, 마늘 등으로 양념해 나물로 먹거나, 차를 마실 때 함께 곁들여 낸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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