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카메라 절도 日 수영선수 ‘다중인격’ 해명 예고
[헤럴드경제=구본단 문화평론가]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사진기자의 카메라를 훔쳐 퇴출된 일본 수영선수가 한국 수사당국의 수사내용을 정면으로 뒤집고 범죄사실을 공개 부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져 한일 양국 네티즌의 관심을 끌고 있다. CCTV 증거도 있고, 자백도 했다. 범행동기도 있다. 검찰은 그를 기소했다. 그는 이런 탈출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을 어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빠져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이 사건 장본인인 일본 국가대표 수영선수 토미타 나오야(冨田尚弥ㆍ25)는 오는 11월6일 나고야 시내에서 ‘본인은 절도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전달하는 해명 기자회견을 열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 토미타의 법정대리인을 맡은 변호사는 현지언론을 통해 “그가 한국에서는 충분한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분명하게 해명하고, 선수의 명예를 회복케 하고 싶다”고 말했다.


토미타는 인천 아시안게임 기간인 지난 9월 25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 동료의 경기를 응원하러 갔다가 한국 모 언론사 사진기자의 카메라 본체를 훔친 혐의로 약식기소돼 벌금 100만 원을 냈다. 이 카메라는 캐논 EOS 1DX로 시가 900만원 상당의 고가 제품이다.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충분했다. CCTV 화면을 통해 토미타가 한국 기자의 카메라를 자신의 가방에 넣는 모습이 찍혔다. 일본선수단장도 직접 확인했다. 그리고 도난된 카메라는 그의 숙소에서 발견됐다. 게다가 그는 “갑자기 너무 탐이 나서 가져갔다”고 견물생심으로 절도를 저질렀다고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의 불구속 입건, 검찰의 기소가 이어졌다. 어떠한 수사상의 의혹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통신사 쿄토츠신에 따르면 토미타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가방에 카메라를 넣은 것이라고 해명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전제로 자신이 절도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정황상 토미타가 어떤 변명을 들고 나올지 짚이는 바가 있다.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물건을 가져갔는지 몰라도, 본연의 나는 전혀 몰랐다…. 이처럼 ‘다중인격 장애’로 인한 심신 상실 상태에서 행한 범죄이므로 무죄란 주장을 펴려는 것 같다.

실제 다중인격 장애로 판명되면 감옥 대신 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았다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를 인정하더라도 근래 들어서는 유죄로 판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해 11월 대법원은 정신분열증을 호소하며 항소심 재판중 정신감정까지 받은 여간첩 이모 씨에게 “다중인격으로 추정되지만 정신장애는 아니다”며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토미타의 절박한 심정은 이해가 간다. 자국 선수단의 추방으로 자비를 들여 도망치듯 귀국해야 했으며, 자국 수영연맹으로부터 1년6개월의 자격정지 징계를 당했다. 소속팀 데상트에서도 계약해지됐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 평영 금메달리스트인 스포츠스타로서 이대로 망신을 당하고 스포츠계에서 퇴출되는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거짓말로 해명을 하면 더 큰 망신을 당한다. 술을 마시고 차를 몰았으면 음주운전이며, 남의 소유물을 무단점유해 들고 나오면 절도다. ‘남의 카메라는 가져갔지만 절도는 아니다’는 궤변은 하지 말길 바란다. 


gyummy@gmail.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